「공론교조주의자(空論敎條主義者)들은 원리를 먹고사는 시육조(屍肉鳥)다. 그들은 죽어있는 원리를 먹고산다 (Doctrinaires are the vultures of principle. They feed upon principle after it is dead)」이것은 1차대전중 영국연립내각의 로이드조지수상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미 죽은사상을 붙잡고 소리를 높이던 공론교조주의자들이 80여년후 한국이라고 없으라는 법은 없으나 우리 공론교조주의자들의 공해 한가지와 위험 한가지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좌익을 공산전체주의와 동일시하는 일부 우리나라 지식인의 용어선택부터가 문제이기는 합니다. 원래는 18세기 후반부터 왕과 귀족의 권위주의에 대항하여 평민들의 평등권주장을 내세우고 평민들의 자유를 넓히려는 진보주의에서 좌익이라는 말이 출발했으니까, 좌익은 근본적으로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에 도전하여 온 것이고, 맑스가 말하는「프로레타리아의 자유」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가, 20세기 초엽부터 좌익용어를 구사하는 레닌주의와는 선을 긋고 대결하여온 것입니다. 그래서 소련이 서구의 좌익을 그렇게도 격렬히 비난해 왔습니다. 서구의 좌익인 사회민주주의 집권국가들이 공산전체주의를 막으려고 한국전쟁에 적극 참전한 것은 이점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우선 공산전체주의를 논외(論外)로 한 보편적 민주주의의 바탕안의 좌익부터 서두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평등에 중점을 둔 급진좌익정부가 국가경제의 기초를 약화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우리헌법은「자유와 창의」를 경제의 기틀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는 근본적으로 입량과 출량(input and output)의 물량균형만으로는 발전되는게 아니라고 P. 크루그만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력과 창의의 보수가 보장되고, 게으름과 판단잘못에 책임을 져야하는 시민의 가치관이 뿌리내려야 경제가 번영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됩니다. 사회적 안정망(safetynet)에 국가예산을 쓰는 것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은행이든 농협이든 돈꾸어다 쓰고 못 갚는다고 이자와 원금을 깎아주거나, 국회의 동의도 없이 공무원 몇 사람의 판단으로 국민세금을 가지고 망하는 기업에 출자전환해 주거나, 교통법규 위반한 시민들의 기록을 없애주거나, 징계받은 공무원들의 불이익을 없애 준다거나하는 포퓰리즘이「번영의 가치관」이 아니고「쇠락(衰落)의 가치관」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우리 헌변은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좌익은 보편적 민주주의 바탕을 훼손하면서 공산전체주의와 타협하자고 떠들어댑니다.
해방후 공산주의자들이 자기들을 좌익으로 자칭하니까 보편적인 민주주의를 건설하려는 시민들이 그들을 좌익으로 불러주고 자기들을 우익으로 대칭시킨데서 용어의 잘못이 시작되기는 하였습니다. 그런 용어사용을 전제로 하여「좌우로만 움직이는 사회는 냉전체제다」라고 비평하면서「좌 즉 북한정권식만으로 나라를 꾸려가는 것도, 우 즉 남한정권식만으로 나라를 지키는 것도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함정을 파는 일부 지식인들이 있다는 위험한 현실을 방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체제속에서 이 나라 헌법을 지키고 번영하는 자유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외눈박이라고 는 일부지식인이 있습니다. 북한의 전체주의와 타협하면 두눈가진 건전한 체제라는 논리를 내우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우리헌법 제10조를 훼손하지 않고는, 철저한 북한전체주의와 우리가 제도적으로 타협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반도를 우리 영토로 명시한 헌법 제3조를 위반하지 않고는,「무력과 이데올로기」로 우리 남쪽의 국토까지 공격하고 있는「정부 참칭의 반국가단체」(국가보안법 제2조)조항을 삭제할 수가 없습니다. 오죽 위험하면 퇴임하는 국무총리가 더 이상 좌로 갈 수 없다는 우리 용어식의 발언을 하겠습니까. 헌법 제10조 국가보안법 제2조 헌법 제3조를 냉전논리라고 매도하고 싶은 일부 지식인이 있는데 이들은 분명히 이 나라의 생존을 매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중에는 서구사회에서 좌우익정당 사이에 정책논쟁하는 좌우익의 개념을 우리 남과 북의 대치와 협상에 대입(代入)시켜 시민들로 하여금 착시(錯視)하도록 오도(誤導)하고 있습니다. ♠ 정 기 승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