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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제목 허버트 스펜서의 진화론적 자유주의
등록일 2003-12-23 조회수 13713
허버트 스펜서 소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는 살아있는 동안 이미 위대한 철학자로 추앙받았고 죽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비교된 영국의 철학자다.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저술활동에만 몰두했다. 그는 챨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되기 훨씬 이전에 벌써 진화론을 사회발전 연구에 적용했다. 그는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후에 다윈이 그 용어를 채택하였다.

  그는 철도회사 기사로 근무하던 당시 Nonconformist지에 On the Proper Sphere of Government란 제목의 글을 연재하면서부터 저술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1851년에 출판한 Social Statics가 성공하면서 오직 저작에만 몰두하였다. 1862년에 출판한 First Principles는 진화의 보편성을 다룬 것으로서 그가 남은 인생을 모두 바쳐 완성한 SyntheticPhilosophy의 기초가 된다. Synthetic Philosophy는 The Principles of Biology(2권), The Principles of Psychology(2권), The Principles of Sociology(3권), The Principles of Ethics(2권)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외에도 Essays, Scientific, Political and Speculative(3권), The Study of Sociology, The Man versus the State, The Factors of Organic Evolution,  Various  Fragments,  Facts  and Comments, An Autobiography, 그리고 Descriptive Sociology등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그는 특히 사회현상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M. Comte와 함께 현대 사회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고 있다. 스펜서의 사상은 후에 F. A. Hayek에게 절대적 영향을 준다.

진화론적 자유주의 이념

  스펜서의 진화론적 자유주의는 Social Statics와 이의 확대수정본이라고 할 수 있는 The Principles of Ethics에 기술되어 있다.그는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super organism)로 파악하고 라마크(Lamarck)의 유전이론을 원용하여 사회진화를 설명한다. 즉, 그는 라마크의 유전이론중 새로운 조건에의 직접적 적응이 진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을 수용하여 사회의 발전도 인간의 환경에의 적응결과로서 형성된 도덕성(morality)이 다음 세대로 유전되어 진화 또는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진화사상을 새롭게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인간은 환경에 적응한다. 인간의 도덕성도 인간의 환경에의 적응결과다. 그 도덕성에 바탕을 두고 사회제도가 형성되면 인간은 또한 그 제도에 적응한다. 그런데 그는 인간의 도덕성 또는 사회의 도덕률은 인간의 도덕적 감성(moral sense)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기 때문에 도덕적 감성이 사회진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사회환경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적 또는 적대적 집단간의 전쟁이다. 스펜서는 궁극적으로 적대적 집단간의 전쟁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때에 가서는 모든 사람이 최대의 자유를 누리는 사회, 즉, 완전한 사회(perfect society)가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 그 때는 오직 '동일자유의 원칙'(the law of equal freedom)이 사회의 기본 원칙 또는 유일한 도덕률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동일자유의 원칙

  스펜서는 근본적으로 국가의 강제력에 의한 질서유지를 배격하고 각 개인의 자율에 바탕을 둔 사회질서를 옹호한다. 최고의 도덕률로서 스펜서는 '동일자유의 원칙'을 주장한다. 동일 자유의 원칙이란, 다른 사람도 나와 동일한 자유를 누린다는 조건 하에 각 개인이 최대의 자유를 누리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인간의 최대의 행복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펜서는 동일자유의 원칙만이 사회의 최고 유일의 도덕률이라고 주장하며 이 원칙으로부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주장한다.

  첫째, 모든 사람은 생명권과 개인적 자유권을 가진다. 이것은 동일자유의 원칙의 유사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모든 사람은 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토지에 대한 사유권은 동일자유의 원칙에 대한 위반이다. 셋째, 모든 사람은 재산권을 가진다. 재산권에는 지적재산권 및 교환(거래)권도 포함된다. 넷째, 모든 사람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 다섯째, 여자와 어린이도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여섯째, 모든 사람은 국가를 부인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도 여타 사회제도(기관)와 같이 동일자유의 원칙에 종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스펜서가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자유의 원칙에 의한 자율에 바탕을 두고 사회 질서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것은 스펜서의 초기 저작에 표현된 것이며 후기에 가서는 진화론적 관점이 강해지면서 국가의 생존권 확보차원의 절대적 가치를 인정한다.) 일곱째, 국가에 의한 모든 규제, 즉, 상업, 국교, 가난구제법(poor-laws), 국가교육, 식민지 건설, 위생감독, 통화제도, 우편제도 등에 대한 국가적 간섭에 반대한다.

국가의 역할

  스펜서는 모든 강제력을 부인하며 특히 국가가 어떤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을 부인한다. 국가의 기본역할은 오직 사회정의의 관리, 즉, 동일한 자유의 원칙을 지키는 것에 국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스펜서는 국가의 힘, 즉, 강제력을 이용해경제적 사회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배격한다. 스펜서는 국가의 강제력을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간주한다.

사회정의: 행위와 결과의 원칙과 적자생존의 원칙

  스펜서의 사회정의 개념은 '행위와 결과의 원칙' (law of conduct and consequence)으로 대표된다. 그것은 각 개인이 획득하는 이익은 그 개인이 가진 장점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성공한 사람이 많은 이익을 획득하고 실패한 사람은 도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적자생존의 원칙(survival of the fittest)이라고도 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정의라고 스펜서는 정의한다. 그리고 이 원칙이 바로 사회적 진보 또는 사회 발전의 기초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스펜서는 국가의 강제력을 통한 소득재분배는 반대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행위와 결과의 원칙, 나아가 동일한 자유의 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자유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가난구제

  그러나 스펜서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국가의 강제력을 통하는 것만 반대한다. 시민의 자발적 노력, 예를 들어, 자선단체 등을 통하여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것은 찬성한다. 단지 국가적 강제력을 사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국가적 강제력은 바로 독재 국가로 치닫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평화

  스펜서의 행위와 결과의 원칙 또는 적자생존의 원칙은 후에 다윈의 자연도태설과 혼돈되어 사회적 다위니스트(Social Darwinist)에 의해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이론의 주창자로 인용된다. 그러나 스펜서는 평화주의자로서 식민전쟁(당시의 보어전쟁)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이끌었으며, 영국이 다른 나라에 앞서 군사력을 해체할 것을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 분쟁은 오늘날의 국제연합과 같은 기구를 만들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동일자유의 원칙은 국제적 분쟁, 특히, 전쟁이 없어야 유지될 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스펜서에 있어서는 전쟁 없는 사회, 그 사회에서 각 개인이 최대의 자유를 누리며 사는 사회가 곧 이상향이었다. ♠ 정창인(군사평론가/정치철학박사)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