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가부채의 규모
정부부채의 크기에 대한 우려가 많다.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그 크기가 GDP의 80% 가까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정부부채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정부가 직접적으로 상환의무를 지고 있는 일반정부(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부채는 1999년 말 111.8조원(중앙정부 94.2조원, 지방정부 17.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는 GDP의 23.3%에 해당하는 규모로 OECD국가들의 평균인 69.5%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급을 보증한 채무까지 포함할 경우 정부부채는 2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정부가 지급보증한 채무는 1999년 말 90.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정부 부채와 지급보증을 모두 합할 경우 202조원으로 GDP의 42.1%에 달하는 규모이다. 여전히 OECD국가들의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이다.
여기에다가 최근에는 앞으로 예상되는 부채까지 정부부채에 포함하기도 한다. 묵시적 정부부채라고 부르는 이 부분은 국민연금 등으로 향후 정부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부채를 현재가치화 한 것이다. 자유기업센터가 계산한 바로는 국민연금에서만 묵시적 정부부채가 18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묵시적 부채까지 포함하면 정부부채는 380조원이 넘으면 이는 GDP의 79%에 이르는 규모이다.
정부의 지급보증
어디까지를 진정한 정부부채로 볼 것인가는 논란이 많다. IMF가 국가간 정부부채를 비교할 때에는 일반정부가 지고 있는 직접적인 부채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정부의 지급보증 중 공적 자금에 투입된 64조원(1999년 말 예상금액)에 대해서는 해당 이자를 정부예산에서 지급하고 있다. 공적 자금 64조원은 성업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충당되었지만 해당 채권의 지급을 정부가 보장하고 그 이자를 정부가 내고 있으니 실제적으로 정부부채인 셈이다.
설령 정부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지급보증 채무라 하더라도 정부부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997년과 같은 국가부도위기가 왔을 때에는 정부가 지급보증한 채무는 사실상 정부가 대지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 때문에 S&P사나 Moody's사와 같은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은 국가신용등급을 메길 때 정부의 지급보증이 어느 정도인가에도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묵시적 정부부채의 문제점
묵시적 정부부채도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채무라는 점에서 지급보증과 유사하다. 다만 지급보증은 금액이 확정된 반면 묵시적 정부부채는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정부의 정책대응에 따라 부채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정부부채는 규모도 규모이지만 상환능력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상환능력만 있다면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정부의 직접적 부채는 향후 10여년간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면 상환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공적 자금 중 일부는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이 부분이 일반정부의 직접적 부채에 추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까지 포함하더라도 부채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장기간 재정지출을 지속적으로 억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재정지출은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정치적 논리에 의해 쉽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지출 억제를 제도화시켜야 한다. 즉, 정부부채가 몇 %이하로 내려가지 전에는 재정지출을 몇 %이상 늘릴 수 없다는 것을 법률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예상되는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은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커다란 재앙을 안겨줄 수 있다.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 하에서는 20-30년 뒤에 천문학적인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아무리 재정지출을 억제하여 정부부채를 줄인들 우리는 정부부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부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 이용만(LG경제연구원/경제학박사)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