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밋 관료조직의 病
21세기를 맞으면서 현재의 행정체제와 관리스타일을 가지고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미래의 행정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의 행정은 開放과 競爭의 패러다임 아래 행정의 세계화는 물론 정부서비스의 市場化, 情報化, 透明化 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國政管理(governance), 假想境界(virtual borders), 無國境(borderless) 행정, 世界市民, 無人(peopleless) 사무관리, 無階層 平面 원形(flat circle)조직, 웹(web)조직, 電子市民, 電子政府, 싸이버 네크워크 행정, 행정파괴, 관료제의 파산, 혼돈(chaos)이론, 포스트모던 행정 등 새로운 메타포르(metaphor)가 행정개혁의 창조적 비전 내지 이미지를 시사하고 있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은 물론 정부에 대한 不信이 최근 지구촌의 행정을 풍미하고 있다. 과연 어느 국가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와 행정을펼치고 있는가? 혹시 정치인과 관료들이 "그들의, 체제에 의한, 특정집단을 위한" 통치와 관리에 심취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이러한 와중에서 정부관료제는 파산에 직면하거나,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을 불신하는 이른바 와해된 정(Disconnected Government)로 전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은 행정의 비효율성, 재정적 낭비 및 정책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정부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 불만족, 회의(cynicism)와 증오는 행정서비스의 낮은 질과 잘못된 전달체계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정부가 무능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국민이 믿는다면,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곤란하고 행정의 비용도 필요이상으로 커지고 자원이 낭비되면서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도 지나치게 커지므로 행정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커지게 된다.
공공관료제는 대체로 느리고 변화의 아이디어에 저항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관료조직이 종래의 관습에 집착하고 고도로 집권화 되거나 높은 다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 새로운 시대의 행정상황에 적응하기는 불가능하거나 상당히 어렵다. 대부분 조직에서 명령과 통제에 의한 관리는 한계를 지니기 마련이며 조직의 생존자체를 어렵게 한다. 새로운 조직은 변화를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적 쇄신정신과 고객의 선택과 성향에 의존하는 서비스 결과 및 성과측정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가상 웹조직(Virtual Web Organization)은 조직의 계층에 따라서 움직이기보다는 조직이 지닌 서비스와 전문성에 연관된 세부단위(sub units)의 네트워크에 상호 의존하여 움직인다. 웹조직은 이미 과거의 단일적 파라밋 계층을 탈피하고 있으며, 조직내부의 파트너이자 서비스의 제공자로서 상호 연계된 세부단위의 연결망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웹조직은 피라밋 계층구조에 따른 명령과 통제의 마케니즘을 파괴 내지 붕괴시키고 있다. 피라밋 계층에 중요시되는 규칙, 규정, 지침 등은 조직의 학습, 아이디어의 흐름 및 자율적 행동을 저해하기 쉽다.
웹조직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하여 배우는 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며 연관된 네트워크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촉매 시키는 열린 조직이다. 피라밋 계층조직은 신속성과 민첩성(speed and agility)이 취약하거나 없다. 융통성과 유연성을 가진 거미줄 같은 웹조직이 향후 피라밋 조직을 대체하여야 하는 것은 조직의 생존은 물론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필연적이다. 이른바 관료적 계층조직 BHO (Bureaucratic Hierarchical Organization)은 변화에 저항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흔히 성과측정을 거부하는 病에 걸려 있는 바 몇 가지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1) 外面病 (Panglass Disease): 조직의 업무수행실적을 측정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는 병리이다. 문제가 없으므로 해결할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경우이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거부하는 한 문제는 없다는 것이며, 이 경우 업무의 성과측정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병에 물든 정책 결정자나 행정관료는 현실에 편안히 안주하게 된다.
2) 不可能 病(Impossibility Disease): 실제로 업무성과의 측정은 불가능하다는 단순논리에 빠지는 병리현상이다. 이 병은 상당히 편리하고 고통이 없는 否定的 합리화에 의존할 뿐이며 자료수집이나 연관된 분석과 같은 수고를 회피한다. 이 병은 쉽게 몰입되며 고치기 힘든 성향을 지닌다.
3) 空想病(Hypochondria): 공공분야는 생산성에 관한한 민간부분과 경쟁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경쟁을 포기하는 병리현상이다. 이 병은 그저 보통수준의 평범한 생산성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병이다. 이 병리는 공공업무 성과측정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측정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이다.
4) 公害病(Pollution Disease): 성과측정의 요소가 혼합되고 의미 없는 자료와 정보에 의하여 평가되는 병리이다. 행정업무의 결과산출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소용없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의하여 비율만 산정하는 경우 등이다. 이 경우 흔히 측정에 관련된 기관이 의도적 편의 또는 무지로 인하여 자료를 조작하여 측정자의 상관, 이해관계자는 물론 측정자 자신을 혼동시키게 된다.
5) 인플레이션 病(Inflation Disease): 성과측정의 빈도·회수만 늘리는 병리현상이다. 한번보다는 두 번이 더 좋고 열 번의 측정은 물론 훨씬 더 좋다는 생각에 치우친 병이다. 예컨데, 성과측정의 목적과 유용성은 간과하고 자료수집분석의 기법에만 치중하는 경우와 자료수집을 포함한 분석비용만 과다하게 낭비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병리현상은 결국 행정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질 높은 공공서비스의 제공을 방해하거나 불가능토록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같은 이유로 비단 행정관료 뿐만 아니라 정치권 또는 이익단체들이 정부의 변화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종래의 조직관리에서 중시되었던 가치와 가정은 새로운 현실과 실제에 맞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물론 미래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고도로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더 위험한 것이다. P. Drucker에 의하면 조직관리에 적절한 유일한 조직이나 방법 (One Right Organization or Way)은 없다. 조직의 구조가 사람을 관리하던 시대는 지나고 과제가 사람을 이끄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The Task is to lead people) 또한 조직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목표의 추구보다는 고객이 지니고 있는 가치가 관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즉 조직관리의 기본은 고객의 가치와 고객의 결정에 근거를 두고 출발하여야 한다.
21세기를 맞으면서 주요국가의 관료제는 피라밋 구조를 해체하고 웹조직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조직의 새로운 비전과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공공서비스 개혁의 초점은 시민의 고객적 가치와 서비스의 質的 향상에 있다. 한국의 행정서비스도 글로벌 민주주의, 온라인(On-line) 정부, 국정관리 및 서비스 네트워크의 맥락에서 OECD국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지향하는 세계적 수준의 보편적 가치와 서비스의 질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 (김번웅 :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 헌변 명예위원)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