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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목 경제적 자유의 후퇴
등록일 2003-12-23 조회수 21393
  전세계적으로 경제적 자유는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한국도 과거 20년간 경제자유가 개선되면서 높은 성장을 이루어왔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한국의 경제적 자유가 후퇴한 것으로 세계의 연구기관들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 등이 은행구조조정 등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확대하면서 경제자유지수의 등급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도 높고 국민의 소득수준도 높습니다. 또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난 면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도 높고 국민의 소득수준도 높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가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선진국입니다. 또한 경제적 자유가 높은 국가들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난 면을 보였습니다.

  아시아국가 가운데 외환위기에서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은 싱가포르, 홍콩은 모두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국가들입니다.위기를 초래한 치명적 약점들 먼저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한 이유들이 경제적 자유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경제발전과정에서 관치경제시스템은 경제자유를 제약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치금융에 의한 자원의 배분은 기업의 투자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메커니즘을 방해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투자가 일어나고 이러한 부실투자는 기업의 채산성을 낮추고 급기야 기업을 부실화하였습니다. 즉 시장을 무시한 정부의 개입으로 리스크와 수익을 기준으로 한 합리적 자원배분이 아닌 정부의 선호에 따른 자본배분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크다면 정부의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큰 정부임에 틀림없습니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높은 부채와 과도한 투자를 문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확한 지적이 아닙니다. 투자된 사업과 투자의 주체가 정부에 의해 의도되거나 왜곡된 것이 문제이지 경제전체적으로 많은 투자가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많은 투자라 하더라도 시장의 자생적 요구에 의해 이루어지고 투자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확보되면 그것을 문제시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부주도의 경제에서는 정리해고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고, 정부가 기업의 부도를 막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창조적 파괴과정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또 기업의 자유로운 신규진입도 정부의 인허가에 의해 억제되었습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벗어난 이러한 체계적인 낙후성이 바로 위기를 초래한 것입니다. 과거 놀라운 경제성장을 주도하였다는 찬사를 받은 정부의 경제운용력은 과도한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기업지배는 기업을 시장에서 분리시켰고 그 결과 경쟁의 원리는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고 지도하여 성장할 수 있다는 환상은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낮은 이윤만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위기극복과 정부주도형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정부주도형 경제의 특성이 잘 나타났습니다. 정부주도의 부실정리와 자본시장의 개방은 명령과 지시를 통해 신속하게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금융분야의 부실을 정부가 공적 자금으로 처리하는 과정은 적극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이루 어졌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은행이 정부의 소유와 관리하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하지만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시장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부실채권을 시장을 통해 처리하거나 부실기업을 퇴출시장을 통해 처리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정부의 의지는 미흡했습니다. 더욱이 기업의 구조조정에 정부가 간여하면서 관치경제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주도하여 기업의 효율성을 확보하겠다는 무리한 생각에서 빅딜이 추진된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기업의 장기적인 거래행위를 방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지속적으로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무리한 부채감축을 단기간에 달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압력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효율성과 경쟁력을 지향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부채감축이라는 축소지향적인 경영으로 향하는 문제를 야기하였습니다.근본적 개혁은 여전히 미흡 물론 경제적 자유가 향상된 부분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외국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개방이 좋은 예입니다. 상당 분야의 자유화로 인해 외국자본은 원화의 역외거래까지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입니다.반면 국내의 시장참여자들은 경제자유의 증진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정부의 간섭과 통제하에 조정되고 있는 점과 경제의 투명성이 낮은 점을 고려한다면 경제적 자유는 아직 낮은 단계임이 분명합니다. 많은 부분이 시장을 통한 해결보다는 정부의 지시와 관리에 의존하는 것을 일반화하는 관치경제의 심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정부는 여전히 금융분야를 정책수단화하고 있습니다. 은행을 하나의 독립된 기업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기업을 지원하거나 특정분야에 자금을 할당해 주는 관치금융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경제적 자유가 향상된 부분도 있으나 아직도 많은 부분이 시장을 통한 해결보다는 정부의 지시와 관리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부실부문의 문제를 해소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실부문의 해결은 과거 문제의 결과를 처리하는 것이지 문제를 야기한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논리를 벗어난 구태의연한 제도들과 경쟁보다는 보호를 선택하는 정책들을 그대로 둔 채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의 경쟁보다는 정책적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이나 과도하게 노동자를 보호하는 낡은 시스템에서는 기업의 부실은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다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2년 전에 발생한 외환위기는 다행히도 공공부채가 낮은 상태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큰 어려움 없이 은행을 구제할 수 있었습니다. 또 복지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다시 비정한 투기꾼들에 의해 위기가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는 공공부채의 과다로 인해 대응할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위기극복을 하고 있지만 은행은 여전히 부실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계속되는 한 은행장은 정부의 관리와 다르지 않게 행동할 것입니다.

  정부는 은행을 독립된 사업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은행의 대출심사기능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은행에게 필요한 것은 공적자금만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위험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전문가, 기업의 투자에 대한 위험분석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입니다.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가는 길 한국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시장경제의 창달과 자유경제시스템의 구축입니다.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정부주도형 경제시스템을 시장지향형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경제적 자유를 지향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기업분야와 금융은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움직일 때 가장 효율적이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에 대한 간섭과 지배를 포기하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그 역할을 넘겨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위기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시장의 감시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또 경제의 경직성, 은행의 문제 해결능력이 신용도 향상의 열쇠입니다. 경제논리에 충실한 제도개선과 은행의 경영개선은 기업을 포함한 전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는 결과를 가능케 할 것입니다. 경제회복과 지속적인 성장은 규제가 아닌 자유시장경제에 의해 가능할 것입니다.정부가 경제자유에 제약을 두는 행위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거나 효율성을 달성하리라는 환상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높이는 것이 바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제가 글로벌시스템으로 묶여 단일시장화하고 있습니다. 경쟁의 힘이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을 튼튼하게 하는 유일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경제자유에 제약을 두는 행위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거나 효율성을 달성하리라는 환상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높이는 것이 바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동일한 것입니다. ♠ 최승노(자유기업센터 기업연구실장, csn@cfe.org)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