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경제

제목 소액주주 보호운동에 관한 의견
등록일 2003-12-23 조회수 20908


김 정 호 (헌변 명예회원)

1.소액주주운동이란?

  회사의 경영자에 대한 소액주주의 견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주주대표소송 기회의 확대, 사외이사 및 감사제의 도입, 누적투표제의 도입 등이 주된 수단들입니다. 소액주주운동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견제로 인해 경영자들이회사의 재산을 빼돌리거나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밝은 면입니다. 반면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운동이 도를 지나쳐서 경영간섭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경영자들은 과감하고 신속한 경영판단을 못하게 될 것이며, 기대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안전만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회사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주가가 떨어져 주주들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2. 소액주주의 권리

  소액주주란 글자 그대로 전체의 주식 수에 비해 극히 작은 수의 주식만을 소유한 주주들을 말합니다. 지배주주가 아니라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소액주주들에게도 여러가지의 권리들이 주어져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이 가진 권리는 단독 주주권과 소수주주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단독주주권이란 몇주를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팔아 버릴 수 있는 권리,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 회사가 해산될 때 빚을 갚고 남는재산을 분배 받을 수 있는 권리,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반면 전체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만 인정되는 권리도 있는데, 우리의 상법은 이것을 소수주주권이라 부릅니다.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 회사의 회계장부를 보여 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소수주주권입니다.

3. 주주의 이익과 경영자의 이익

  소액주주, 대주주를 막론하고 배당과 주가가 높아질 때에 주주는 이익을 봅니다. 주가와 배당은 회사의 이윤이 극대화될 때에 가장 커집니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자가 자기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 시키려 하는 한 소액주주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려 하라요? 대부분의 경영자는 그렇습니다. 회사의 이윤이 높아져야 자신의 자리를 지키거나 진급을 하기도 쉽고, 월급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경영자의 이익과 소액주주의 이익은 합치됩니다.

  소위 재벌 총수라고 불리우는 지배주주의 이익은 다르지 않느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배주주도 자신의 주가를 높이고 싶어하며 배당도 많이 받고 싶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배주주는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위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개 지배주주가 가진 주식의 1주당 가치와 소액주주가 소유한 주식의 1주당 가치가 다를리 없습니다. 따라서 지배주주가 자기 소유 주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한 소액주주 소유 주식의 가치도 같이 높아집니다. 대부분의 경우 지배주주의 이익도 소액주주의 이익과 일치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경영자나 지배주주가 회사의 돈을 빼돌리려 할 때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렇게 되면 경영자나 지배주주는 이익을 보고 소액주주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도둑질과 다를 것이 없지요. 이런 일은 막아야 합니다. 소액주주운동을 통해서 견제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일들입니다.

4. 소액주주 보호책

  소액주주에 가장 좋은 보호책은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팔아 버리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기피하면 그 회사는 도태될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영자들은 주주의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 회사의 주식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도 경영자의 무책임한 경영이 불러올지도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소액주주들은 예전부터 자기 보호수단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가 없더라도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주주의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만약 투자자들이 특정회사 주식을 기피한다면 그 회사는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경영자들은 그런 사태를 원하지 않습니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투자자인 주주들의 이익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5. 주주대표 소송

  주주대표 소송이란 주주가 이사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손해배상된 금액은 회사의 금고로 들어갑니다.

  주주대표 소송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활성화됨으로 인해 경영자가 회사의 돈을 빼돌리거나 낭비하는 일이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업에 실패하여 회사에 손해를 안겨 주었을 때가 문젯거리입니다. 대개 그 액수는 수백억, 수천억대에 이릅니다. 만약 경영자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그 손해를 배상하게 한다면 누가 경영자가 되려 하겠습니까? 물론 누군가는 경영을 할 사람이 있겠지만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합니다. 월급도 높이 달라고 할 것입니다. 소송이 걸릴 때에 대비하여 배상 책임 보험에 들어 달라고 주주들에게 요구도 할 것입니다. 물론 보험료는 주주들 자신의 돈인 셈입니다. 또 소송의 결과에 상관없이 소송 과정에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기업과 경영진의 이미지가 훼손됨으로써 회사의 주가는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소액주주 자신에게도 손해입니다.

6. 사업실패와 경영자의 배상책임

  사업이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며 특히 실패한 사업이 누구 탓인지는 가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설령 잘못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백 번의 사업결정 중에서 단지 한번(100분의 1확률)만 실수한 경영자에게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물론 그 잘못이 고의에 의한 것이었다면 경영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도적이지 않은 한번의 실수에 대해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정직한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주주들이 투표를 통해서 문제의 경영자를 교체하거나 월급을 깎는 등의 방법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정도입니다. 적대적 주식매수를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지배주주가 경영자라면 문제가 다릅니다. 하지만 지배주주는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이미 자신에 대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자기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였을 때의 책임은 자기 재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지배주주가 소유한 주식의 가격과 소액주주가 소유한 주식의 가격이 다르지 않는 한 지배주주는 이미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7. 경영판단의 주체

  경영은 경영자가 해야 합니다. 경영자의 판단이 옳았는가를 따지려면 그것을 따지는 사람이 경영자 보다 경영판단을 더 잘 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소액주주나 법관은 경영자보다 정보, 경영지식 및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경영자는 상품시장, 자본시장,경영자의 인력시장, 경영권시장 등 시장의 견제를 받는 반면에 법관이나 소액주주들은 시장의 견제를 받지 않습니다. 즉, 부실한 경영을 한 경영자는 월급이 낮아지거나 교체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회사를 운영하려합니다. 그러나, 법관의 경우에는 잘못된 판단을 내려도 월급이 낮아지거나 다른 판사에게자리를 빼앗길 염려가 없기 때문에 회사의 성패와는 무관한 경영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습니다. 소액주주도 회사의 지분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동기가 매우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액주주나 법관은 경영자보다 더 나은 경영판단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악의가 없는 경영자의 실패에 대해서 소액주주나 법원은 간섭해서는 안됩니다.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이익을 희생시킨 경우가 아니라면 소액주주이든 법원이든 간섭하지않는 것이 좋습니다.

8. 경영판단의 원칙

  회사 관련 소송에 있어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의 법원은 이미 그같은 불간섭 원칙을 확고히 가지고 있습니다. 고의나 악의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닌 정직한 사업 실패에 대해서는 주주의 소송을 인정하지 않는 다는 원칙입니다. 미국 법원의 그같은 태도를 경영판단의 원칙(BJR: Business Judgement Rule)이라고 부릅니다. 영국 법원도 정직한 경영실패에 대한 불개입 원칙에 있어 미국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1974년 영국법원의 위버포스경(Lord Wilberforce)은 다음과 같이 판시 한 바 있습니다. "경영자의 판단이 선의에 기초한 것이라면 법원이 자신의 의견으로 경영진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판단해서는 안된다. 주주는 경영자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를 법원에 물어서는 안된다. 법원은 정직하게 이루어진 경영판단에 대해 감독관의 역할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9. 미국과 영국의 주주대표소송 억제책

  소액주주가 가진 지분율은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소액주주의 대표 소송권이 회사의 진정한 이익을 위해 사용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법원은 여러 가지의 장치들을 통해 소액주주의 대표 소송권 남용을 견제해오고 있습니다.

  미국 법원이 택하고 있는 대표적 소송남용 억제책은 특별소송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대표 소송이 제기되면 회사의 이사회는 특별소송위원회를 구성하여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만약 이 위원회가 소송을 기각하기로 결정하면 소송은 거기에서 끝나고 맙니다. 사기나 횡령등의 사건이 아닌 한 법원은 특별소송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특히 특별소송위원회가 사외 이사등 피고와 직접적 이해 관계를 가지지 않은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법원의 신뢰는 더욱 커집니다.

  법원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의 상장사들이 많은 사외 이사를 두게 된 중용한 원인 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법원은 미국보다 더 심하게 대표소송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법원은 대표 소송권을 회사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액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반드시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합니다. 영국의 법원이 대표소송에 대해서 그렇게 엄격한 것은 수액주주의 의사와 전체 주주의 의사가 일치하리라는 보장이 없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소액주주는 일정비율 이상의 지분만 소유하면 자동적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제도와는 대조적입니다.

10. 소액주주운동이 나아갈 길

  소액주주의 진정한 이익은 주가의 극대화이고, 그것은 회사의 이윤이 극대화 될 때에 달성 됩니다. 따라서 소액주주운동이 진정 소액주주의 이익에 기여하려면 경영자들이 회사이익의 극대화에 게을리하지 못하도록 채찍질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경영자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 정의 같은 목표를 요구하는 것은 소액주주운동의 이익에 반합니다. 자유기업센터가 최근의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우려하는 바는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