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안보

제목 국가안보의 내부적 위협
등록일 2003-12-23 조회수 14069
인간은 악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천사도 아니다. 이러한 이중구조적 속성을 지닌 인간집단이 종족·문화·정치적 동질성을 중심으로 결합하여 영토와 국민 그리고 주권을 갖춘 국제사회의 힘의 단위가 곧 국가라고 하겠다.그러나, 카인의 후예라 일컬어지는 인간집단은 유사이래 수많은 침략전쟁을 자행해왔다.

한 주권국가가 외부로부터 적의 침략이나 내부의 전복세력으로부터 스스로의 핵심가치를 지키는 것이 곧 국가안보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안보는 국가의 생존과 변영을 도모하기 위해 안팎의 위협을 억제 또는 배제함으로써 평화와 안전 그리고 독립을 수호하는 기능을 뜻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위협은 상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물리적·군사적·직접적 위협과 함께 내부로부터의 심리적·비군사적·간접적 위협이 항상 공존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한반도의 특수한 냉전적 환경을 전제할 때, 당면한 우리의 안보현실은 전자의 위협 못지않게 후자의 위협이 매우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한마디로 북한은 이 두가지 위협의 상승효과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혁명전쟁의 최종단계인 무력전에 의해 남한의 소멸을 획책·추구하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같은 북측의 의지는 우리의 대북 유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규약과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어 요지부동이다. 그들은 대량파괴 무기의 절대적 우세와 재래형 군사력의 상대적 우위를 배경으로 한 화전양면의 간접접근 전략으로 한국의 내부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안팎의 국가안보 위협을 전제로 그 성격과 강도에 걸맞는 우리의 정확한 상황판단과 적정한 대응전략 및 수단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그 위협은 顯在化되고 말 것이다. 이에 대한 역사적 사례가 곧 1592년의 임진왜란, 1910년의 한일합방, 1950년의 북한 남침전쟁, 그리고 1998년의 IMF사태라고 하겠다.

내부적 위협의 실체

그러면 한국은 어떠한 국가안보의 내부적 위협에 처해 있는가? 우리의 당면한 내부적 위협은 매우 심각하다.무엇보다도 전쟁억제와 혁명전쟁예방 메카니즘인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을 철수 및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민의 합의라도 이루어진 것처럼 오도·편향된 여론형성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또한 일부 친북성향의 386세대가 대거 국회진출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바, 이들의 다수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경우, 내부적 위협의 안전장치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하여 병역면탈자의 급증으로 국민개병제도가 무의미하게 되고 신세대 군인들의 주적개념 희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그러면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에 야기되고 몇가지 안으로부터의 위협 실태를 적시해 본다.

첫째, 「주한미군 철수 운동본부」의 등장이다. 「학술단체협의회」라는 단체가 주도하여 1999년 11월 12일 「주한미군철수 국민운동 본부」라는 단체를 결성, 주한미군철수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양키고홈」을 목청높여 부르짖는 이 단체는 악의에 찬 흑색선전으로 주한미군을 욕하는 글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싣고 있다.

약칭 「미철본」이라 부르는 이 조직의 주도인물은 학계의 좌익 성향을 가진 교수 등으로 알려져 있다.이 단체의 규약을 보면, 그 저의가 뚜렷해진다.

①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 삼고 투쟁한다.
②미군철수 반대논리를 제압하고, 철수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을 개발한다.
③미군의 양민학살 추궁, 정전협정 폐지, 국가보안법 철폐를 관철한다.

특히 학술단체 협의회 이름으로 된 「주한미군 철수는 역사적 발전의 합법칙성」이라는 제하의 글에는 주한미군이 남한에 끼치는 손실을 정치적 타격, 군사 부문의 장애, 경제적 손실, 사회적 병폐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워싱턴의 한반도 정책전문가들의 주한미군 철수론이 남한 언론을 통해서 남한 사회에 전달되도록 하고, 주한미군 때문에 생기는 범죄와 폐해를 미국 사회에 폭로하는 선전활동을 벌이고, 미국에서 미국인의 주한미군 철수 촉진단체를 결성토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사대주의적 목소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그리고 강정구씨는 그의 기고문에서, 주한미군의 전시작전권 행사는 주권상실이며 민족자존에 대한 침해이고 민족사의 치욕이라고 전제한 다음,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이고, 남북한 군비축소의 방해물이며, 남북간 평화정착에 걸림돌이 된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주한미군이 없어도 북한이 남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베트남 참전 한국군의 월남양민 학살 주장의 목소리가 높다. 「한겨레 21」 3월 2일자에 쓴 위 사람의 글은 「상황논리, 면죄부 안된다」는 제하의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을 양민학살로 단정·매도하면서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세계의 깡패국으로 몰아붙인 다음,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군의 베트남 학살은 과실치사 수준이나 직접교전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체계적이며 조직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그는 농사지으러 가는 농부, 노인, 임산부, 스님, 아내와 어린자식 등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 대거학살의 대상이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군은 마을에 들어와 마을 사람을 불러모아 음식을 나눠줘 안심시킨 뒤 집단학살을 자행했으며, 적과의 교전 중에 양민들이 사살된 것이 아니라, 작전지구 근처나 교전과 상관없는 마을이 통째로 학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황당무계한 거짓말을 써놓았다.이 기사와 관련하여 「한겨레 21」은 「베트남 양민 학살사죄 캠페인」을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켜 다른 전쟁범죄국가들의 사죄운동도 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뒷북을 치고 있으니 더욱 가관이다.

셋째, 북한을 옹호하고 남한을 폄하하는 조건반사적 왜곡논리가 보편화되고 있다.1999년 10월에 나온 리영희씨의 저서 「반세기의 신화」에 보면 시종일관 북한을 편들면서 남한을 폄하·모독하는 이적발설로 가득한데, 그 몇가지 어불성설의 구절들을 보면 이러하다.①북방한계선(NLL)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합법성이나 국제법 또는 관행상의 점유효과 내지 점유권리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 ②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가 아니며, 단지 선언적일 뿐 역사적·법적 근거가 없다. ③우리 국민의 지적 수준과 법적 생활의 성숙은 국가보안법 없이 민주주의적 질서와 발전을 유지할 수 있다.④베트남 파병으로 한국군부의 쿠데타 정권은 미국의 승인을 얻고, 해방 이후 최초의 군인국가를 확립했다.⑤1980년대부터 남한이 북한에 비해 훨씬 군사력이 우세한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우리의 대응자세

오늘날 심각한 국가안보의 내부적 위협을 가중시키는 메시지가 일부 함량미달의 식자들에 의해 시민 대중에게 증폭·확산되고 있다.이들 대부분은 군사정권 당시 피해나 불이익을 당한 자들로서 이른바 인권사범이나 양심수로 자칭했던 부류인데, 지난날 피탈의식에 포로가 된 채 감정적·조건반사적으로 현실을 왜곡·질시하면서 굴절된 시각으로 사물에 접근한다.

그래서 반국가·반체제적 성향의 동료의식을 지닌 개인이나 단체에게 호소력과설득력이 있는 변증법적 논리와 궤변으로 잘 무장되어 있는 것이다.설상가상으로 근자에 와서 민주화·자율화·개방화 추세에 편승하여 이들은 보편타당성이 없는 이기주의적 자기주장을 과도합리화된 대항논리도 구미에 맞게 잘 꾸며 구사함으로써 마치 진리나 공유가치인양 신세대들이 여기에 오도·매혹·탐닉되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대전제 하에 이들이 사이비 진리의 포로상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구가할 수 있도록 일깨워 줘야 한다. 맹목적 자기아집이나 감정적 저항의식의 사슬에서 과감하게 탈출하여 거시적·동태적 안목의 대의명분과 자기실현을 도모하도록 정신적·물리적 환경변화 여건을 국가적 차원에서 배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격이다. 궁극적으로 공멸의 수렁에 침몰하고 만다는 것을 예고해 줄필요가 있다.미워도 한핏줄이기 때문에 포용정책의 맥락에서 관용과 인내가 베풀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공동체 속에서 공존·공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최후까지 조국과 민족을 우롱하고 매도하는 소영웅주의적·소아병적 작태를 못 버린다면,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거부하는 이단자로 낙인찍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 이선호 (한국군사학회 부회장/ 헌변 명예회원)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