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정치의 주요관심사가 4.13총선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를 위한 여야당간의 대립과 갈등이 것 잡을 수가 없을 만큼 치열해져가고 있는 거 같다. 몇 일 전에는 '이런 판에 선거가 제대로 될까'하는 내용의 신문의 사설이 나왔다. 총선의 혼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가며 정형근 의원의 사법적 수사와 처리도 정치적 불안을 더해줄 같아서 나온 말일 것이다.
政街에서는 4.13총선을 김대중정권의 중간평가로 인식해 왔다. 이 선거에서 승리하느냐 또는 패배하느냐에 앞으로 DJ과 세 천년 민주당의 운명이 걸려 있으며 그에 따라 한국정치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기필코 이 선거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념 때문에 DJ정권은 잇따른 오버-액숀(overaction)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오버액숀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첫째가 新黨創立이며 둘째가 총선시민연대가 벌리는 부적격자 낙천, 낙선운동이며 세 번째는 정형근의원에 대한 사법적 제재일 것 같은데 아직 진행중이어서 그 결말을 예측할 수가 없다.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나라를 마음껏 統治(통치)하고 오는 선거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가 있는 막강한 新黨을 창당하려고 애를 써왔지만 바랬던 것처럼 많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런 약체정당을 가지고는 총선에서의 과반수 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전망이 섰기에 보완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했는데 총선시민연대 운동이 그 약점을 보완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 물론 DJ측은 그러한 운동이 어디까지나 자연발생적인 것일 뿐 자신들의 배후조종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야권인사들은 그 운동이 DJ측의 의도적 사주와 꾸준한 지원에 의해서 추진되어 왔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金大中대통령은 現行選擧法에 違背(위배)되는 市民團體들의 활동을 자기 입으로 누차 옹호하고 변호해왔다. 現時點(현시점)에서 양자는 최소한 전략적인 상호이용 관계에 있음이 확실하다. 金대통령의 빈번한 옹호발언도 이번 총선에서 시민단체들과 젊은 세대의 보다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얻으려는 의도로도 읽을 수가 있다. 총선 시민연대가 추구하는 목표와 명분은 부패 무능, 반 개혁적인 인사들의 낙천-낙선 시킴으로써 政界(정계)를 바로잡으며 이 나라의 정치적 後進性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名分(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다음의 문제점은 도외시될 수가 없다.
① 첫째, 현행선거법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집단운동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내세우기가 어렵다. 둘째는 보수우익인사들을 포함한 전체국민의 同意와 支持를 크게 받지 못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는 운동이므로 오래 갈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총선연대는 160여명의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한 것을 자랑스럽고 기분 좋아했을 것이지만 그 필시 치욕과 분노에 떨 피해당사자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는가. 그들의 항변도 엄정하게 검토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ㄱ) 총선연대를 구성했다는 400여개의 시민단체들 대부분이 이름뿐인 '준 유령단체'들이다. (ㄴ) 어느 정도 내실 있다고 알려진 운동단체들은 거의가 행정기관에 의하여 많던 작던 재정지원을 받아온 신종 관변 어용단체들이다. (ㄷ) 모든 운동권단체들과 마찬가지로 그 조직은 극소수의 지도부인사들에 의하여 독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들 구성단체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서 결정이 만들어진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ㄹ) 그런 단체에게 국회의원들 부적격성 여부의 판정하는 권한을 부여한 사람은 아무도없는데도 멋대로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 (ㅁ) 총선연대는 아홉 가지 기준에 따라 부적격판정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기준이 모든 정치인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설사 피해자들이 지탄받을 행위를 한 증거가 있다고 하지만 첫째 그런 판결을 받은 자들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주어졌던가. 둘째로 오늘의 한국적 여건에서 정치인들이 거의가 대동소이한 행동을 하였을 터인데 왜 더 심했던 사람들은 놓아두고 특정한 인사들만을 犧牲羊으로 만들려는가. 중요한 문제는 부적격자명단에 포함된 犧牲羊(희생양)들을 政界에서 몰아낸 다음 기성 정치인들을 대신하여 政界(정계)로 끌어드리려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겠는가. 예외도 없지는 않겠지만 어떤 公職에서 봉사하여 때를 무칠 위치에 있어 본 적이 없고 또 그 능력을 제대로 검증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進步性向의 新人들, 그 대부분이 이른바 386世代가 아니겠는가. 이런 문제점이 피해자들의 주장내용이다. '같은 값이면 젊은 世代를'하는 말도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公正한 競爭'을 도외시할 수가 없는 일이다. 과거 한국정치에 가장 큰 문제는 公益性과 公正性의 결핍에 있었다.
그런데 사회정의와 개혁정신을 들먹이는 시민단체들이 과거의 권위주의정권들이 해온 것과 다름없는 공정성 결여의 罪業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多數의 힘으로 法律違反을 밀어 부쳐서야 민주정치 체제하에서 어느 후보자들을 당선시키고 낙선시키는 것은 선거유권자들의 자유이며 固有權限(고유권한)이므로 그사이에 누가 개입하여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총선연대는 주권자들의 권리를 헷갈리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당이 그들 말을 안 듣는다고 비난함은 지나친 월권행위의 모습이다. 그 만큼 나라의 정치가 염려된다면 직접 정당에 가입하여 투쟁하던지 선거운동에 관여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일이다.
400여개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기성정치인들 또는 정치지망생들을 폄하 비방함은 비록 근거 있는 비판이라고 해도 야비한 수단 방법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현행 선거법이 明文으로 금지하는 행위를 다수 시민의 위세를 빌어서 강행함은 월권행위이며 야만적인 인권침해로서 비판받아야 한다. 이런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바로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법치주의를 위배하는 것인데 이것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반민주적인 民衆主義의 수법임을 알아야 한다. '또 곤란한 사고방법은 낙천-낙선운동에 나선 사람들이 스스로를 애국적이고 민주적인 인사로 자처하며 반면에 기성정치인 또는 일부 구세대는 반애국적이고 반민주적이라는 獨善的 배타주의적인 정신태도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아무리 기성정치인들의 소행이 미욱하고 불만족스러웠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상대방을 善과 惡으로 양극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獨善과 獨裁는 상통하는 槪念이며 이런 정신상태는 입헌적 민주주의, 다원주의적,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정신자세이다.
사이비민주주의의 사고방식에 의하여 歪曲(왜곡)된 政治認識을 가지고 전개되는 시민운동을 비판하고 견제, 설득해줄 책임을 가진것이 정부여당이다. `미숙하며 소박하면서도 지극히 위험한 民衆主義성향의 시민운동을 부추기며' 일시적인 당리당략을 위해서 이용하려 든다면 DJ정부도 後世의 가혹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386世代(세대)의 부상 요지음 이른바 386世代(세대)가 우리 사회 全面에 떠오르고 있다. 현재 여당도 야당도 386세대를 끌어안으려고 경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지난 2월 초 모 신문칼럼에 계재된 386세대 讚歌(찬가)를 잠시 인용해보자. '...가나긴 억압의 터널을 지나 90년대,...지난 10년간의 헛된 희망이 분노로 변해 이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열기와 결의로 미루어 또 하나의 6월 항쟁을 상상함은 지나칠 것일까...' '386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그 엄혹한 시절, 전체주의적 통제와 감시를온몸으로 뚫고 가 끝내는 6월 항쟁을 이끌어냈고....보장된 미래를 기꺼이 헌납하고 스스로 낮추어 노동자 대중과 함께 민주노조운동을 발의하고 꾸려냈으며, 또 사회 구석구석에 '안개처럼 흩어져'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몸부림친 세대가 그들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의식, ..자신의 객관적인 이치에 대한 자각과 채무감에서 비릇되는 역사의식,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 함깨 싸워본 경험에서 연유하는 정서적 연대감 그리고 과거 민주지향성으로 표현된 저 '낮은 곳'에 대한 관심등을 통해 이들은 기성세대와 뚜렷이 구분된다.
그래서 국민의 관심이 이들에게 모이고, 이들의 개혁성과 진취성에 기대가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내 아들 딸 또래의 젊은이들이 유난히 똑똑하고 믿음직하다는 말은 듣기에 매우 기분이 좋다. 오늘의 젊은이들이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386세대를 과대포장함은 위험하다는 뜻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감안해야만 한다. ① 386세대도 하늘에서 떨어진 세대가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람들은 거의 비슷하게 잘나고 또 못난 것이지 유독 1960년대 出生들만이 잘났다고 말할 수 없다. 기성세대와 뚜렷하게 구별된다고 하더라도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지 모든 면에서 우월한 것은 아니다. ②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의식, 역사의식, 비판의식, 정서적 연대감, 민중주의적 성향을 말하지만 극소부분의 운동권출신자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運動圈(운동권)출신자들의 사회의식이 비교적 사회주의 쪽으로 경사 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하나의 長點(장점)도 될 수가 있지만 동시에 短點(단점)이며 瑕疵(하자)로도 작용할 수가 있다고 본다. ③ 386세대가 비판의식, 저항의지, 투쟁정신이 강한 것도 인정한다. 이러한 성격적 특징은 기존체제를 허물어뜨리는 데 유용하며 또 유능하겠지만 정통을 계승하여 국가를 지키고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가 있다.
또 그들은 민족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갖고 있으므로 국제적인 유대강화나 정보화 사회에서의 적응에서는 다른 세대보다도 앞서지 못할 것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세대가 21세기 한국을 만드는데는 한 역할 하겠지만 그들만으로 국가를 주도하면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韓國政治(한국정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외에도 할 말은 많으나 紙面(지면)관계상 결론을 서둘러야겠다. 현재 한국정치는 잘 나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잘못 가고 있는 것인가. 당면하는 關鍵(관건)은 4.13總選(총선)이지만 그를 둘러 싼 政派(정파)들간의 갈등이 심상치 않으며 건전하고 희망찬 전망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늘의 政局(정국)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金大中大統領과 그 추종세력들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無理數를 쓰면서 까지 권력유지를 시도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過慾은 多辱으로 이어진다. 무리만 안 하면 歷史上의 地位를 보장받을 것이나 잘 못하다가는 나라를 혼란, 어둠과 불안 속으로 빠트릴 수가 있음을 의식해야 할 것 같다. ♠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