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보의 사면초가 현실
최근 발표된 페리보고서나 미의회 북한자문단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개발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음에도 직접 위협을 받는 당사자인 한국은 외신보도에만 일회일비하고 있을뿐 북한의 핵무장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대응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시류에 편승하여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햇볕정책은 정확한 위협평가에 의한 국방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국가안보위협을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특수 안보환경하에서 한국이 처해있는 사면초가와 다름없는 심각한 현실적 국가안보위협을 적시해 본다.
① 북한의 물리적 위협 심각
군사적 위협은 피아 군사능력과 의지 그리고 취약성을 비교·분석·평가함으로써 판단하게 된다. 주한미군을 제외한 남북한만의 재래형 군사력을 현재 북한을 100으로 본다면 우리는 75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육·해·공군의 병력과 주요전투장비의 질과 양을 계량적으로 셈한 당국의 결론이나, 대량파괴무기로서 우리는 180㎞ 사정의 현무나 나이키, 호크정도의 단거리 미사일밖에 없는데 반하여 북한은 스커드(300~500㎞), 노동(1,000㎞), 대포동(2,000~6,000㎞) 등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실전배비 또는 실험발사 직전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1~2발의 조잡한 핵탄두를 개발 보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2천년대 초에 대포동을 투발수단으로 한 핵탄두의 소형화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
또한 북한은 우리가 보유하지 않은 생화학무기의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북한이 재래형 군사력의 상대적 우세와 대량파괴무기의 절대우위로 전쟁불사 폭언 반복과 휴전협정 파기공세에 이은 NLL무효화 선언을 함은 결정적시기에 전쟁을 재개하겠다는 선전포고이며, 최후통첩만 남겨두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②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의 한계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하고, 억제실패시 평화를 회복하는 임무가 부여되어 있다.첫째가 빗장기능이다. 북한군이 휴전선을 뚫고 남침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문의 빗장과 다름없는 구실을 주한미군이 담당한다. 그들은 1개 사단의 지상군과 100대 미만의 항공기에 불과하지만, 한국군이 갖지 못한 최첨단 고도기술 무기체계와 조기경보, 감시, 정찰을 위한 전자정보 장비를 갖고 있어,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하는데 결정적인 몫을 하고 있다.
둘째는 인계철선 기능이다. 비록 소규모의 전진배비 세력이지만,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서태평양에 있는 미 해·공군력이 선택적으로 투입되고, 이어서 동태평양의 미 증원군이 후속투입되도록 되어 있는바, 현존 주한미군이 도화선에 불을 붙인 인계철선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안보 빗장과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의 주둔명분은「한국민이 원하는 한 계속 주둔한다」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는바, 미·북 관계 정상화와 국내 반미여론 고조에 따라 주둔명분이 변질되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군의 증원역량을 해상원방 차단할 수도 있다.
③ 수도권인접집중에 의한 태생적 취약성
한국인구와 주요 경제, 사회, 문화, 교육등 제반시설과 자원이 수도권에 근 절반이나 일점집중되어 있다. 이는 북한이 노리는 인질전략의 가장 효과적인 제1차 공격표적이 되고 있다. 수도권 고수방어 개념에 따라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6. 25때처럼 일단 한수 이남으로 후퇴하는 등 전술적 융통성이 전혀 없는바, 주민은 현지에서 생존 및 자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수도권은 현재 안보사각지대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그리고 각 시·군의 수도권 방어 차원의 통합민방위대책이 전무하다
④ 중도좌파 정당 출현 및 국가보안법 개정 가능성
총선을 대비하여 집권당이 중도좌파 정당으로 변신 출범하고 국가보안법이 개정되면 용공·좌경·친북세력이 민·관·군·산·학에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것이며, 북한의 위협평가에 의한 국가안보의 객체는 소멸되고, 군의 주적개념이 실종될 지도 모른다. 이는 국민의 안보불감증 증폭과 더불어 국민개병제도의 구조적 와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의 새로운 접근방법
현시점에서 국가안보전략 수립은 화급한 당면과제이다. IMF의 늪에서 빨리 헤엄쳐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안보 없는 경제발전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의 주체는 국가이며 국민이다. 군대는 국가안보의 주 수단이다. 국가가 존재하는한, 반드시 국가안보는 필요하며, 국가의 주권과 국민 그리고 영토를 상존하는 안팎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상비군대가 필요하다. 북한의 군사위협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대망의 남북한 통일과 선진국 진입을 성취하려면 국가안보 우선적 정책이 요구된다.
①「국가안보 산소론」적 접근
산소가 인간 생존에 절대불가결하고 필수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안보도 국가생존과 번영에 절대불가결하고 필수적인 존재이다. 인체에 호흡이 멈추면 인간의 사망을 뜻하는 것과 똑같이 국가안보기능이 마비되거나 무력화되면, 국가주권이 상실되고 헌법기능이 정지될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정책은 국가의 모든 정책을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통합조정하는 최고 우선순위의 정책이며, 포괄적 통합성을 갖는다. 모든 국가 기능별 정책의 형성 및 집행을 국가안보지향적으로 국력의 제요소가 상호의존성과 연관성을 중심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
②「국가안보 보험론」적 접근
국가안보는 1%의 위협이나 위험에 대한 개연성에도 예방적 선행조치가 요구된다. 다시 말하자면 맑은 날에 궂은 날을 대비하는 생명보험과도 같은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가장 심각한 국가안보위협은 적대국의 물리적 침공이다. 이에 대비한 안보수단은 상대국과 대등하거나 우위의 군사력을 갖추어 놓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침공을 억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억제 실패시 평화를 회복할 수도 없다. 이것이 곧 주한미군의 부재시를 대비한 자주국방 의지이다. 뿐만 아니라 적대국의 대량파괴 무기에 의한 인질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핵선택권과 미사일 주권회복도 시급하다.
③「국가안보·민주주의 논제로썸게임」적 접근
군사정권시에는 국가안보를 빙자한 군사제일주의적·능률지상주의적 국가정책 기조로 북한의 위협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인 인권과 자유 그리고 평등이 유린되거나 유보되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뒷받침 없는 군사제일주의는 총체적·포괄적 국가안보에 유해로운 파행적 역기능을 초래하였다. 그러나「문민정부」와「국민의 정부」에서는 국가안보를 경시한 채 민주주의와 국민의 권익만 중시하다보니 국민의 안보불감증이 증폭되어 국가안보와 민주주의 간의 상호융합이 결여되고 있다.
현 국가안보회의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하고, 대통령 직할의 국가정보원과 국무총리 직할의 비상기획위원회를 국가안보회의로 소속 변경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가안보정책 형성, 우발사태 기획, 위기관리, 국가정보 공유 그리고 전쟁지도 기능을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논제로썸게임적으로 상호 공유할 수 있다. ♠ (이선호 : 한국군사학회 부회장/ 헌변 명예회원)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