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대북한 투자는 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을 방문중인 현대의 정주영 명예회장은 두번째로 김정일 당총비서와의 면담을 성공시킴으로써 금강산관광개발사업을 비롯하여 정 회장의 역점 사업인 서해안공단사업의 추진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보도되었다. 재벌 현대의 북한 투자는 한국 기업의 유사한 대북한 투자중 대표적인 것으로 우리는 그러한 대북한 투자의 장기적 효과에 대해 더 늦기 전에 보다 더 깊이 분석하고 판단해서 계속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나 국민은 한국 기업의 대북한 투자가 북한을 궁극적으로 개방으로 이끌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듯하며, 특히 현 정부는 이것이 마치 햇볕정책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 나아가 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와 관련하여 최악의 경우를 심각하게 고려해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통일하면 독일의 통일을 연상하는 듯하다. 잘 사는 서독이 못 사는 동독을 거의 돈으로 매수하다시피 성사시킨 흡수통일의 환상을 남북한 관계에도 막연히 적용하여 은근히 남북한 통일도 그와 같은 결말을 종국적으로 가져올 것으로 낙관하는 듯하다. 그러나 잘 사는 월남이 못 사는 월맹에 의해 무력으로 흡수통일된 사실은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돈의 위력이나 개방의 효과로 통일하기란 무척 어렵지만 무력으로 통일하는 것은 그에 비해 오히려 쉽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군사력이 강한 쪽을 흡수하기란 쉽지 않지만 군사력이 강한 쪽이 약한 쪽을 흡수하기란 그 보다는 쉽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북한의 독재체제가 만나면 최악의 결과가 온다.
북한의 공산독재적 정치체제와 한국의 이윤추구적 기업과 기업인이 서로 만날 때 나타날 수 있는 상호보완적 이해관계의 합치가 문제다. 우선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의 기업은 이윤 추구에 존재의의가 있다. 돈은 맹목적이어서 부가가치가 높은 곳이면 어디든 그 곳으로 흘러간다. 이윤은 돈의 흐름의 차이로 나타나며 이것 또한 합법적이기만 하면 도덕성은 따지지 않는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며 기업가는 이윤이 남는 곳이면 어디든 발을 들여놓는다.
북한은 공산독재체제다.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고 시장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의 소유이며 모든 생산은 국가로 귀속된다. 주민은 국가의 배급을 받아 생활하며 개인 소득이 인정되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한국의 기업과 공산당이 주인인 공산독재체제가 만날 경우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일국가 이체제를 주장하여 홍콩이나 대만을 흡수하겠다고 하듯이 북한도 그러한 환상에 빠져 마치 북한의 공산체제하에 한국의 기업을 포용하겠다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기업은 기업나름대로 기업만 살아 남는다면 국가가 무너져도 별로 아쉽지 않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한국이 망해도 현대만 살아 남는다면 북한과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기업의 투자가 북한의 군사력 증강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이 얼마 전 카자흐로부터 미그기를 몰래 도입한 사실은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혀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이 북한의 무장을 스스로 도와서 자신의 운명을 재촉한다면 이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정책임에 틀림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적의 재산으로 자신의 무장을 튼튼히 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북한 투자를 이윤추구의 기회로 삼아 스스로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것은 철저히 통제해야 마땅하다. 오직 북한이 스스로 개방을 선택하고, 북한의 정치체제를 그에 맞게 개혁한 후, 한국 기업의 투자를 북한의 체제변화와 개혁개방의 적극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인 후에 가서야 한국기업의 북한 투자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대북한투자는 북한체제의 개혁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심지어 우방국들조차 한국 재벌의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하여 IMF 자금을 빌려 주었거늘 하물며 한국 안보의 주된 위협인 북한에 한국의 기업이 투자하는 데 있어서도 북한의 체제 개혁을 조건으로 내 세우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안보의 포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 동안 미국조차 북한을 적성국으로 분류하여 봉쇄정책을 추구해왔거늘 북한이 항시 전복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는 한국이 그런 북한의 공산독재정권의 연장을 위해 도와주고 있다는 것은 대전략의 기초가 무너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구 소련 연방이 붕괴된 것은 소연방에 대한 서방 기업의 투자가 아니라 미국의 강경한 군사적 대결이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마지막 선택으로 개혁개방을 택하지 않는 한 한국의 시혜적인 지원정책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한국기업의 북한 투자는 북한 주민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며 또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지도 못할 것이다. 오히려 북한의 독재자가 남한의 기업인들이 자신을 동경하여 자신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 염려가 더 크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현대의 북한 투자, 나아가 한국 기업의 북한 투자가 종국적으로 애국을 끝날 것인지 이적으로 끝날 것인지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 (정창인 : 군사평론가/정치철학박사)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