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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제목 205회 임시국회시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
등록일 2003-12-23 조회수 16149
제205회 임시국회 본회의 ('99.07.05.)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

국회의원(자민련) 이 동 복

존경하는 의장, 선배·동료의원, 그리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자유민주연합 소속 이동복 의원입니다. 본의원은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의 입장에서, 우선 지난 6월7일부터 15일까지 전개된 서해사태 기간중 믿음직한 우리 해군 장병들이 보여준 견적필승·임전무퇴의 모습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드리려 합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가 갖는 의미도 잠시 음미해 볼까 합니다.

신임 조성태 국방부장관과 김진호 합참의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수용 참모총장과 박정성 제2함대사령관 및 송영무 제2전투전단장으로 이어지는 해군지휘부는, 작전수역의 해군장병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8일간에 걸친 피를 말리는 남북 해상 군사대결에서 정신적 승자가 되었습니다. 급기야 적에 의하여 도발된 6월15일의 결전에서는 일격에 적을 격파하는 축소판 한산대첩을 이룩해 냈습니다. 우리는 이번 서해사태의 결과에서 단순한 해전에서의 승리 이상의 의미를 읽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는 해군에 한정된 국지적 군사력 대결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하여 우리는 남북간 군사력 균형면에서 우리가 양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질적 우세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조유사시 전장에서의 승패는 양적 우열이 아니라 바로 질적 우열에 의하여 판가름이 난다는 사실을 명백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평양의 지도부는 뼈아픈 진리를 터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그들은 '미군'의 강점하에 있는 '남조선'의 '괴뢰군'에 대한 우월감과 적개심을 조작하여 '인민군'의 사기를 관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그들이 상대하는 우리측 군사력이 '괴뢰군'이 아닌 '한국군'이며 그 '한국군'이 장비와 사기 등 질적 전투력에서 그들의 '인민군'을 압도하고 있음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이번 서해사태 대처과정에서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없지 않았습니다. 끝내 이루어진 포화의 교환에서 승전을 거둔 것은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의 최선의 방법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했어야 옳았습니다. 가능하기만 했다면, 포화의 교환 없이, 그리 하여 피아간 인명이나 장비의 손실이 없이, 평화적 방법으로, 북한 함정들을 북방한계선 북방으로 되돌려 보냈어야 했습니다. 당시 우리에게는 교전 이외의 방법으로 이 목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가용 수단이 없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대북 비료수송선과 금강산 관광선들을 이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들 대북 운항선박의 운항을 취소시키고 운항재개의 조건으로 북한 함정들의 철수를 북측에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이 진정 절실하게 비료와 관광수입을 원했다면 당연히 이를 이용한 우리의 압력에 굴복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이같은 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관점에서도 당연히 검토되었어야 할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관하여 언론들은 정부가 행여 '햇볕 정책'이 다칠까봐 그렇게 하지 못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장차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때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생각이 어떠한 것인지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리께서 이에 대한 정부의 견해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 여러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본의원은 작년11월14일 제198회 정기국회 본회의에서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현대그룹에서 추진하던 대북사업, 특히 그중 대표적 사업인 금강산 관광사업에 수반되는 세가지의 위험을 지적하여 경고한 바 있습니다. 즉, 채산성 부재로 인한 부실사업화 위험, 현정부 대북정책 3원칙중 제1항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납" 조항의 사문화 위험, 그리고 북한이 우리를 이 사업의 포로로 만들어 농락할 위험 등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때 본의원이 경고한 위험은 불과 반년 후인 지금 현실로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주부 민영미씨의 억류사건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입니다. 지금 금강산 관광사업은 민씨 억류사건으로 촉발된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 때문에 잠시 중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사업은, 정부의 허가조건을 이미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되는 불법사업입니다.

본래 이 사업은, 북한이 현대에게 금강산지역 일대에 대한 30년간의 독점개발권을 문서로 주는 것을 조건으로, 현대가 6년간에 걸쳐 9억4천2백만불의 현금을 북한에 지불하는 대가로 이루어지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현대에게 그같은 문서상의 권리를 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는 북한측이 금년 5월말까지 문제의 문서보장을 현대에 주기로 약속했다는 현대의 주장을 근거로 현대의 대북 외환송금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그 결과 현대는 그 동안 1억5천만불을 송금했고, 이에 더하여 이번 민씨 사건으로 관광선 운항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6월분 8백만불을 추가로 송금했습니다. 이로써 현대의 대북 총송금액은 1억5천8백만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5월말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은 그들이 약속했다는 문제의 문서보장을 현대에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북한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허가조건이 위반되어 있는 상태에서, 앞으로 현대의 대북 외환송금을 계속 허용해야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6월분의 송금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미 정부 스스로가 당초의 송금조건을 슬그머니 철회하여 유야무야로 만들어 버린 것을 시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총리께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햇볕 정책'의 가시적 성과"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사실과 부합되는 것이 아닙니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햇볕정책'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햇볕 정책'과 관계가 있으려면 최소한 이 사업을 통하여 북한동포들과의 접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접촉하는 북한인이 있다면 이번에 민씨에게 억류라는 고난을 안겨준 그야 말로 고도로 훈련된 북한측 대남 공작요원들인 소위 '환경감시인'들이 고작입니다. 금강산 관광이란, 현대가 금강산 일대의 지역을 돈을 주고 임대하고, 다른 북한지역과는 완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그 것도 낮시간만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식으로, 남측의 관광객들끼리 등산을 하고 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남남교류"이지 "남북교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나마도 이번 민씨 사건으로 새삼 부각된 것처럼 북한측은 일방적인 여러 가지 규제조치로 관광객들의 언행을 속박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발생한 민씨 사건과 나진·선봉지역에서 발생한 한국계 미국여인의 억류사건, 그리고 최근의 서해사태는 아직도 예측할 수 없는, 아니 사실은 예고되어 있는, 대형 사고의 위험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 여전히 남북관계의 현주소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수반하는 경제적 혜택에 대한 미련 때문에 북한이 도에 넘치는 위험한 행위는 자제하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역도 진리"라는 명제 또한 성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북한은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우리로부터 강요하기 위하여 더 위험한 행위를 자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동족의 입장에서 받아 들이기 싫은 험구이지만 세계는 지금도 북한을 '무법자집단'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당면한 현안은 금강산 관광선의 운항을 재개할 것이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정부가 생각하는 운항재개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이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총리께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본의원은 이제 그 동안 현정부가, 정부의 표현대로라면,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햇볕 정책'의 현주소를 짚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선 밝혀 두어야 할 사실은 이른바 '햇볕 정책'에 대하여 북한측은 거부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우리의 '햇볕 정책'을 가르켜 그들의 "내부를 분열·와해시켜" 그들을 "어떤 변화로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본질에 있어서 반북 대결정책"이라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본의원은 현정부가 '햇볕 정책'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대북 포용정책 그 자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이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과정에서 '햇볕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반드시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결은 그에 앞서 개혁과 개방을 통한 북한의 변화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햇볕 정책'은 북한의 그러한 개혁과 개방을 자극하고 촉진시키는 수단입니다. 그러나 '햇볕 정책'이 주효하려면 그 대전제로 북한이 개혁·개방에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햇볕 정책'은 타이밍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북한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햇볕 정책'을 억지로 추진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으로 상대편에게 이용만 당하게 되며, 그 결과 앞으로 정작 필요한 때에도 이를 추진할 수 없게 될 염려가 있습니다.

지난 수개월동안 정부의 '햇볕 정책'은 엄청난 과속현상을 보여 왔습니다.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햇볕 정책'의 성공으로, 남북관계는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 뿐 아니라 '각료급 회담', '총리 회담'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정상 회담'까지도 거론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허황된 환상이 심어지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본의원은, 그 동안의 관찰 결과, 정부가 추진하는 '햇볕 정책'의 과속현상은 그 원인의 많은 부분이 얼마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부터 통일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임동원 장관의 대북관에 기인하는 것임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하여 통일부장관에게 몇가지 질문하겠습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북경에서 비밀리에 진행된 실무접촉의 결과로, 남북간에는 지난주 북경에서 이상한 형태의 이른바 '차관급 회담'이라는 것이 파행적으로 연출된 바 있습니다. 판문점에서의 '장성 회담,' 북경에서의 카트만·김계관 회담의 경과가 모두 신통치 못합니다. 미·북 미사일회담은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4자 회담'은 부지하세월입니다. 페리의 방북 결과도 신통해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의 그늘속에서 핵개발 불장난을 계속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꿍꿍이속입니다. 국제원자력위원회는 북한이 여전히 핵안전조치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장거리 유도탄의 추가 시험발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정부의 대북관만은 궤를 달리 하는 장미빛으로 채색이 되어 있고 이같은 특이한 대북관을 임 장관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임 장관은 이번 '차관급 회담'을 앞두고, 이에 앞서 있었던 '비공개 접촉'의 비공개된 내용을 근거로, 남북회담과 남북관계의 전도에 관하여 획기적일 정도로 전향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어 왔습니다.

이제 임 장관은 이 문제에 관한 국민적 의혹을 풀어 주어야 할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경에서 있었던 1개월반의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임 장관은 차제에 그동안 언론에 인용·보도된 그의 문제 발언들이 과연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북경 '차관급 회담'이 시작되면 '장관급 회담'과 '총리급 회담'으로 발전시키기로 내막적 합의가 되었다"라던가 "이산가족 문제에 관해서도 상당한 논의가 되어 있다"라고 말한 대목들이 거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임 장관은, 특히 불신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항간에서는, 최근 정부를 진원지로 하여 거론되고 있는 '각료 회담,' '총리 회담,' '정상 회담' 임박설을 내각제 개헌 저지 음모와 결부시키는 음모론마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임 장관이 해명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느닷 없이 "북한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대신 지위변경을 요구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었다"면서 "이는 북한이 우리의 '햇볕 정책'에 호응한 결과"라고 반겼다가 하룻만에 이를 번복·해명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의원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같은 해프닝의 진원지가 임 장관이었던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임 장관은 금년초 러시아를 방문하여 카라신 외무차관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 본의원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이 자리에서 카라신 차관이 '햇볕 정책'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는 임 장관에게 "그러나 북한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터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묻자 임 장관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귀국후 임 장관은 대통령께 대한 보고와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의 보고를 통해 오히려 반대로 카라신 차관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고했고, 대통령께서는 이에 근거하여 문제가 된 발언을 하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 뒤 지상에서 여러 가지로 군색한 해명이 시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본의원의 정보에 의하면 임 장관과 카라신 차관간의 면담 대화록이 외무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임 장관이 오늘 이 자리에서 해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외교부장관은 문제의 면담 대화록의 문제 대목을 공개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임 장관과 본의원은 1990년대초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생산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에 동참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도 동료들 간에는 임 장관의 북한을 보는 시각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현실적일 정도로,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라는 설왕설래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정부에서 대북정책에 관하여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임 장관의 작금의 행보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설왕설래가 있는 것이 사실임을 임 장관도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더 언급할 일이 있습니다. 금년 2월 북한은, 연례행사이기는 합니다만, 소위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에서 채택하여 150여명의 남쪽 인사들에게 우송한 이른바 '편지'를 통해 "금년 하반기중 '고위급 정상회담' 개최"를 운운한 일이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대통령께서 그 동안 종종 금년 하반기중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에 대해 매우 희망적인 전망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단치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말한 '고위급 정치회담'은 그 실체가 불분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언급한 소위 '고위급 정치회담'에는 3개 항목의 '전제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첫째로 "북을 반대하는 외세와의 공조를 파기하고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라"는 것이고, 둘째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것이고 셋째로 "남조선에서 통일애국단체들과 인사들에게 통일운동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본의원은 과거의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도 북한측의 이같은 무리한 '전제조건'들을 수용하면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한 정부의 입장이 어떠한 것인지 총리께서 정부의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본의원이 듣는 바에 의하면 임 장관은 이 '전제조건'들을 단순히 일종의 '수사학'으로 파악하고 있어서 그렇게 중요시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그 뿐이 아닙니다. 임 장관은 지난날 1990년대초 '남북 고위급 회담' 기간중 한 때 임 장관의 상대역이었던 북측의 최우진 대표와 주고 받은 사적인 대화를 근거로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하나의 '수사학'의 차원에서 받아 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사실이라면, 임 장관이 그같이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북관을 가지고 대북정책에 관하여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거나, 정부의 대북정책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는데에는, 국가안보는 물론 올바른 대북정책 추진의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대통령께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임 장관의 입장 표명이 있으시기 바랍니다.

지금 정부는 문제의 '햇볕 정책'을 미국의 페리 조정관의 활동에 접목시켜 이른바 '포괄적 접근방안'을 대대적으로 피·알하고 있습니다. 본의원은 지난 6월15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조야와 의회의 많은 인사들과 함께 한반도정세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포괄적 접근방안'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문제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페리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포괄'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지지를 강요 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번에 있었던 김 대통령의 방미 기간중, 한·미 양국정부간에 페리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을 곧 공개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루어졌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인지 외교부장관께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또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문제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가지고 우리가 '포괄적 접근방안'이라고 한다고 해서 상대편인 북한측에서도 당연히 자동적으로 이 것을 '포괄적 접근방안'으로 받아 들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와 "미·북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최소한 앞에서 언급한 세가지의 '전제조건'이, 포함되지 않는 내용으로 되었을 경우 이를 '포괄적 접근방안'으로 수용할 수 없게 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이 페리 조정관이 지난번 북한방문 기간중 펼쳐 놓은 이른바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 이상의 내용을 첨가하는 수정제안을 할 경우 우리는 어떻게 이에 대처할 것이냐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로 쌍방간에 수정제안이 반복되어 알맹이 없는 명목상의 대화만이 단속적으로 무한정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은 비밀리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으로 연결된다면 문제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우리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통일부 장관의 견해를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경청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