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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제목 주한미군의 법적지위와 평화유지군(PKO)
등록일 2003-12-23 조회수 16289
한병훈 (퍼그워시 한국지부 사무처장/한스 인터넷 대표)

북한은 최근 미군이 '평화군 이라면(한국에)주둔해도 좋다'며 미군의 존재를 인정하는 말을 했다"는 정부측 인사의 발언으로 주한미군 지위변경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에 있는 UN군의 지위와 성격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UN이 탄생시킨 국가다. 50년 6월25일 북한이 남하하자 유엔은 즉각 헌장 51조에 따라 북한의 남침을 '침략자'로 규정하는 결의를 하고 6월 27일 헌장 제39조에 따라 한국에 대한 군사적 원조를 결의했다. 7월7일 제34조(특별협정)와 제42조(군사적 제재조치)에 따라 참전의사를 밝힌 16개국은 미군의 작전 지휘하에서 싸울 것과 미군사령관이 'UN깃발'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작전권에 관한 결의를 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을 끌어들이고 '대전협정'을 통해 국군 지휘권을 유엔사령관에게 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휴전협정의 당사자가 주한미군 사령관인 '유엔군 사령관'인 것이다. 북한이 유엔군을 평화 유지군으로 대체하자는 이유가 미군(유엔군)의 무력화와 유엔의 군사적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자는데 있다.

오늘날의 평화 유지군은 한국형 유엔군과는 근본적으로 성격과 기능이 다르고 헌장상에 명문화되어 이지 않은 '예방차원의 유엔 주둔군'이다. '평화 유지군(Peace Keeping Force)에 대한 명화한 정의는 없다. 일반적으로 평화 유지군은 유엔군을 받아들이려는 분쟁 관계 당사국의 동의를 얻어 안보리 또는 총회의 권고(요청)에 기초하여 중립적 성격을 띄면서 자위 이외의 무력 사용이 금지된 군대일 뿐이다.

이들은 병력으로 구성된 감시단으로서 현지에 파견되어 분쟁 당사자국간에 개입하여 휴전의 유지 확보 또는 감시기증과 치안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분쟁의 평화적 해결 기반을 조성하는데 있다. 한반도의 안전은 유엔과 현실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독일의 안전 보장체제가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대한 NATO였다면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한반도의 안전보장체제의 핵심 기반은 유엔하의 '휴전체제'이다. 북한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유엔군을 해체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유엔 분리가입으로 남북한은 국가대 국가의 관계가 되어 유엔의 개입이 용이한 반면 남북한이 단일의석으로 가입할 경우 차후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유엔은 개입할 수 없게 된다. 과거 북한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분단 고착화라고 반대했다. 북한이 연방제통일안을 주장하는 근본 이유도 휴전휴전선을 한 국가의 '국내線'화 시킴으로써 유엔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의도대로 남북한간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이후 군사분계선이 평화선으로 되기 보다는 전선(戰線)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조그만 군사충돌도 평화 유지군은 통제할 수 가 없는 것이다. 정산회담과 통일문제를 국내정치로 이용하는데 익숙해진 한국 정치권이 평화협정 이후 북한 정책을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좌경세력의 진지전(陣地戰)이 날로 확산, 구축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에 군 지휘권이 이양될 경우 軍의 대응이 어떨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