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안보

제목 국가보안법이 필요한 이유(反국가단체 北韓은 현실)
등록일 2003-12-23 조회수 14159
'反국가 단체' 北韓은 현실

李承煥 (변호사, 헌변회원)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체제를 내외의 침해 세력으로 부터 유지해온 근간이 된 법이다.헌법이 위정자의 집권욕으로 수차례 개폐됐던 오욕의 헌정사를 기록하였던데 반해, 국가보안법은 오히려 국내 정세의 아귀다툼을 초연하여 북한과 우리 내부의 극좌모험 주의자로부터 국가를 수호해온 동량이었다.

보안법 개폐론자는 국가보안법이 집권자에 의하여 악용되어 인권침해의 사례가 많았고 무엇보다도 냉전구도가 종식되어 북한을 통일의 파트너로 살아야 하는 이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 악용된 사례가 있다고 해서 이를 개폐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악용된 사례가 있다면 그것은 법률을 잘못 집행되게 지휘한 [잘못된 정치]의 탓이지, 법의 탓으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국가보안법 제7조 등 몇가지 조문의 구성요건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국가보안법이 다루는 범죄행위의 현실적인 특성상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협애하게만 규정할 수 없는 어려움을 감안해야 한다.실제 수사 및 소추 그리고 재판과정의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방법이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논의의 핵심은 북한을 대한민국에 대한 [반국가단체]로 보느냐에 있다. 개폐론자들의 공통된 인식은 통일을 앞두고 남북이 상호존재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협력 교류해야 하며 남북교류에 관한 국내법까지 있는 이상 북한을 더 이상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에도 맞지않고 법체계상으로도 모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형법은 대한민국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은 물론 법조문에 [적] 또는 [원수]로못박고 있다. 또 북한이 대한민국의 체제를 전복시키겠다는 기본방침을 포기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21세기를 목전에 둔 지금도 우리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반국가단체냐 아니냐 하는 점은 규범의 문제 이전에 사실의 문제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복수의 법이 있되, 그 법의 목적이 서로 다른 것이라면 외관상 서로 상치되는 조항은 얼마지 있을 수 있다.

전쟁의 위험을 막고 상호교류 협력해야 하는 당위성을 규율하는 법률에서의 대북한 규정과 대한민국의 국가체제를 위협하는 현실(북한)을 규율하는 법률(국가보안법)에서의 대북한 규정이 서로 다른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법무부에서 국가보안법의 개정방침을 밝힌 이상 개폐의 쟁점을 둘러싸고 보수진영과의 뜨거운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존망과 직접 관련되는 법률이다. 공청회 몇번하고 정치적인 흥정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지겹다 싶을 정도로 충분한 토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결론에 이를 때까지 몇년이 걸려도 좋다는 각오로 다뤄야 할 일이다. 혹시 이 정부가 미리 시한을 정하여 그 기간내에 처리하고자 한다면 7000만 민족에게 크나큰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오피니언, 1999.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