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성명서

제목 북한동포에 대한 ‘정보보내기’를 정부는 막을 권한이 없습니다 --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회장 임광규
등록일 2008-12-11 조회수 5077

대통령에 대한 서신


북한동포에 대한 ‘정보보내기’를 정부는 막을 권한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이 명 박 대통령님


앞 못 보는 장님의 고통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개명된 세상에 ‘정보장님’의 삶이란 너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북한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정말 동포라고 느끼실 터이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에서 남한의 시민생활에 관한 말, 김일성 김정일의 사생활부분, 노동당정책에 대한 대안, 이 3가지를 입에 올리면 ‘말 반동’으로 생명을 잃게 되는 데까지 이르는 정치범으로 숙청됩니다.

북한은 동독이 아닙니다. 듣고 보는 자유가 절대로 용서되지 않는 곳입니다.

북한지도부가 보내는 라디오나 TV가 아닌, 어느 다른 라디오나 TV를 듣거나 보는 것은 정치범으로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는 곳이 북한입니다.

말 반동을 하지 않고 라디오 TV를 보지 않고 가만히 만 있으면 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말 안할 자유’도 없습니다. 매월 매주 ‘생활총화’에 나가서 ‘호상비판’을 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습니다.

말 반동 숙청, 라디오 TV보는 것의 처벌, ‘생활총화’의 3가지는 우리가 남한에서 추측하는 게 아닙니다. 바로 이런 생활을 살아오던 탈북동포들의 눈물의 증언입니다.

2000년 6월 15일에 이른바 남북정상회담에서 동포의 장님생활을 언급하거나 문제로 삼지 않은 채 상호비방금지의 합의만을 한 대통령을 갖고 있었던 것이 그때의 한심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게다가 2000년 8월 11일에는 대한민국의 언론사장단 46명(조선일보, 동아일보 사장은 불참석)이 평양에 가서는 노동신문 책임주필이라는 당 선동선전일꾼 등과 사이에 ‘상호 비방 중지’를 합의했습니다. 이 순간 46개의 방송 신문은 스스로 언론자유를 저버린 것이었습니다.

8년여 전의 언론자유를 배신한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일부 행정부당국자, 일부 정당책임자, 일부 언론관계자가 오히려 변명의 발언을 하는 실정을 보고 대한민국의 갈 길이 너무 뒤 처져 있다는 것을 슬퍼하게 됩니다.

우리 헌법 제21조의 언론자유는 실상 대한민국의 존립근거입니다.

언론자유가 없으면 헌법 제1조의 주권재민과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이 무의미해 지기 때문입니다. 주권재민은 헌법 제41조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서 실현되는 것이고, 그의 전제는 ‘사실 알리기’와 ‘사람과 정책의 비판’이 충분히 알려지고 소통되는 자유토론의 선거운동입니다.

자유민주주의체재의 대한민국의 존립근거인 언론자유를, 2000년 당시의 대통령과 일부 언론인들이 함부로 훼손하였던 것은, 대한민국 법률 역사의 치욕으로 남을 뿐 아니라, 일시의 편의에 눈이 어두워 먼 앞날까지 바라보아야 하는 국익에 크게 해로웠던 것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자고 하면, 남북한 총선거를 하는 것 외에 무슨 다른 정당성을 가진 통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상당기간의 언론자유 없이 합당한 선거가 있을 수 있습니까?

북한 동포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대한민국의 시민이 같은 국민인 자기 동포에게 ‘사실 알리기’와 ‘사람과 정책의 비판’을 전하는 대북풍선 띄우는 것은 언론자유의 영역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한국 사람이 대한민국의 문화, 미국의 정책, 일본의 지도자, 중국의 제도를 비판하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사안에 성역 없이 공익을 위하여 사실을 밝히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대한민국 국민의 어느 누구라도 이런 언론을 행사하다가 미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의 관헌에게 처벌조치를 받게 된다면,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의거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해당 언론 행사자를 보호하고 그 권익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개개 시민의 언론자유를 지켜주는데 무심한 정부는 납세자의 부담을 받을 자격이 없는 정부입니다.

하물며 개개 시민의 언론자유를 오히려 막으려는 정부가 있다면 이런 정부는 납세자를 배신하여 위법을 행하는 정부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국제법상 교전단체인 북한군대와 대치하면서, 당국자들끼리 서로 비난의 스피커를 틀어 놓지 말자고 하는 문제는 군사적인 심리전의 차원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같은 동포인 북한인민을 향하여 ‘사실을 기재’하거나 북한동포의 복리를 해치는 ‘북한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를 행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제21조가 적용되는 곳입니다.

정부는 대한민국 시민의 언론자유를 보장해 줄 책임이 있는 것이지, 헌법에 위반하여 대한민국 시민의 언론자유를 제한할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울러 정부나 정치인이 제한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정당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편의성에 급급한 태도일 뿐입니다.

                           
2008년 12월 5일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장 임 광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