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성명서

제목 ‘초등사회과 · 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성명서
등록일 2018-06-26 조회수 321

교육부가 행정예고한《중학교 역사ㆍ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한다.

지난 22일 교육부는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새 역사ㆍ한국사 교육과정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교육부는 위 개정안을 토대로 올해 7월말까지  교과서의 집필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동 개정안의 골자는 ‘자유민주주의’을 ‘민주주의’로 대체하고 ‘대한민국 수립’ 이라는 표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며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을  삭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교육부가 스스로의 역사 판단능력이 부족한 중ㆍ고등 학생들에게 현행 헌법 규정에도 배치되고 편향된 역사관, 정치관에 입각한 내용들을 역사교과서에 담겠다는 방침에 대하여 심히 우려하며 강력히 재고할 것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려는 것은 우리 헌법의 명문의 규정,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해석, 학계의 통설적 입장에 배치된다.

또한 이는 특정한 역사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른 것으로 이는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에도 위배된다.

일찍이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이 종교적 종파성과 당파적 편향성에 의하여 부당하게 침해, 간섭당해서는 안되며, 가치중립적인 진리교육이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행정기관이 교육내용에 대해 부당한 권력적 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 전문과 제4조의 통일조항에서도 우리나라의 헌법원리나 정치이념이 ‘자유민주주의’임을 명시하고 있고, 위헌정당해산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7조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선언한 바도 있다. 

아울러 얼마 전 현 정부가 헌법개정을 추진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다가 좌절된 바도 있었다.

교육은 후세들에게 공동체의 가치관과 문화를 전수해 주고 미래를 준비시키는 것이지, 결코 정치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둘째, 교육부 개정안은 기존의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개정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이는 전통적인 국가론과 우리 헌법 제3조에 의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대한민국의 건국시기를 1919년과 1948년 중 어느 해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 학계와 정치권에서 논쟁 중인데, 교육부의 이번 개정안은 전자의 논리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3요소를 영토, 주권, 국민으로 보는 전통적 국가이론에 따를 때 1919년에는 말 그대로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을 뿐 온전한 건국이 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1948년 7월에 제정된 헌법을 제헌헌법으로 보는 것이 공법학계의 지배적인 입장이다. 


셋째,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1948년 유엔이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내용을  삭제하도록 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명백한 역사적인 사실을 감추고 왜곡하는 처사이다.

이는 다분히 앞으로 전개될 북한과의 대화나 국제외교관계에 교육을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배치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미 금년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 국정교과서에서도 북한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는 객관적인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여 서술한 바 있었다.

즉, 북한정권 수립 부분에 관하여, 종전에 ‘북한은 남북한 총선거를 하도록 한 국제연합의 결정을 거부하고 최고인민회의를 구성하였고, 1948년 9월에 북한 정권을 수립하였다.’라고 되어 있던 것을, ‘남북한 총선거를 하도록 한 국제연합의 결정을 거부’한 부분을 삭제하고, ‘38도선 이북에서는 1948년 9월에 최고인민회의를 구성하여 헌법을 제정하고 북한 정권을 수립하였다’로 고친바 있다. 이는 1947. 11. 14., 1948. 3. 31.과 1948.12. 12.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유엔총회의 결의를 토대로 전개된 역사적 사실에 명백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헌법상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규정에 따라 가치중립적인 진리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교육부의 이상과 같은 역사교육의 왜곡 시도는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국가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처사로 볼 수  밖에 없다.

이에 우리 두 단체는 교육부에 대해 이번에 행정예고한  《중학교 역사ㆍ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고 올바른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8. 6. 26.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    장  구  상  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김  태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