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성명서

제목 탄핵심판에 관한 원로 법조인 공동성명서
등록일 2017-02-15 조회수 5048

탄핵심판에 관한 원로 법조인 공동성명서

2016. 12. 9. 대한민국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칙위배를 비롯하여 생명권존중의 원칙위배 등 5개 헌법위반사항과 뇌물죄 등 8개 법률위반사항이 있어 대통령으로 계속 재직할 수 없으므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여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통상 법원에서 재판 중에 있는 사건에 대하여는 당사자 아닌 제3자가 의견을 발표하지 않는 것이 공정한 재판을 돕는 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개인이 아닌 국회와 대통령이 사건 당사자이고, 재판의 결과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역사적, 국민적 사안으로서 5천만 국민 모두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일 찬성, 반대의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나, 자칫하면 유혈 폭력상태로 발전할 우려가 있어 이런 국가적 위기를 해소시키는 데 도움되고자 우리 원로법조인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공개 발표한다.

먼저 우리는 이 성명서가 박 대통령 개인을 옹호하거나 두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법률전문가로서 탄핵의 법률적 타당성에 대하여 소신을 밝혀 일반국민의 판단에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탄핵소추만 있어도 자동으로 피탄핵자의 권한이 정지되어 탄핵소추 그 자체만으로 실질상 탄핵결정에 선행하여 탄핵의 효과가 발생하는 매우 특이한 제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반(半)탄핵결정의 효력을 갖는 탄핵소추를 함에 있어서는 탄핵인용 결정에 준하는 정도의 확실한 증거와 선례 조사 및 법리해석의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12. 9. 탄핵소추에는, 탄핵사유에 대한 충분한 사전적 법률검토와 증거조사 및 여론 수렴절차를 하나도 거치지 아니하고 졸속으로 처리한 중대한 절차위반이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원래 탄핵은 사유 하나하나가 독립된 탄핵이유가 되는 것이지 여러 개 사유 전체가 모여서 탄핵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번처럼 13개 탄핵사유를 개별로 투표하지 않고 일괄하여 표결하면 투표자가 구체적으로 어느 사유를 가지고 탄핵하는 의사인지 알 수가 없게 되는 중대한 법률모순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 외국(미국)에서도 탄핵은 각 사유별로 토론과 투표를 거치는 것이 확립된 관례이다. 결국, 이번 탄핵은 표결절차에 중대한 헌법위반의 하자가 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또한, 당시 국회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의 실질적 탄핵근거인 최순실의 소위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박영수 특검을 설치하여 조사를 시킬 예정이었으므로, 그 조사결과를 가지고 탄핵사유를 심의, 토의, 표결 하였어야 할 것인데, 미처 특검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또 국회청문회도 종결되기 전에, 순전히 언론보도와 개인적 심증만 가지고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것은 법적으로 증거 없는 기소에 해당하여 증거재판을 요구하는 우리 헌법의 기본적인 법치주의, 적법절차의 원리에 반하는 중대한 위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 결과 형사재판, 특검수사, 국회청문회, 헌법재판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 관련자들과 변호인들로서는 소송수행을 하기가 어렵고 국민들도 이들 절차를 이해하기가 매우 혼란스럽다. 따라서 헌재는 탄핵사유에 대한 실체심리에 앞서서 탄핵소추의 적법절차 여부부터 심리하여 졸속한 국회 탄핵소추결의에 대한 절차적 합헌성 여부를 우선적으로 심리, 재판하기 바란다.

탄핵사유의 내용에 들어가 보더라도, 5개 헌법위반 사항은 대부분 같은 탄핵소추장의 법률위반사유와 중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이 헌법원칙이나 원리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한 것이 아닌데, 단지 몇 개의 구체적 사건을 가지고 헌법위반의 탄핵사유가 있다고 소추하는 것은 엄청난 논리의 비약이라 동의할 수 없다.

법률위반사항에 있어서도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을 만들어 대기업들로 부터 재단의 기본재산을 출연받은 것은 소위 준조세적 행위로서 역대 대통령들도 다 해온 통치행위인데 이를 뇌물이다, 강요다, 직권남용이다 라고 형사범죄로 의율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관행에 반하고 일찍이 선례가 없는 법해석이라 법적타당성이 없다. 또한,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은 공익법인으로서 기본재산의 사용목적과 사용절차가 엄격하게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는데도 이를 박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이득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출연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익법인의 법리에 맞지 않는 억지이다. 이런 억지 탄핵은 법률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헌법상의 정원인 9명의 재판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여야 하고 결원이 생기면 즉시 그 결원을 충원하여 재판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경우, 박한철 소장이 2017. 1. 31. 자로 임기가 만료되고, 이어서 이정미 재판관이 2017. 3. 13.자로 역시 임기가 만료되어 각 퇴임하는 것이 법률상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석인 후임자를 선출하여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헌재 2014. 4. 24.자 2012헌바2) 해당 기관인 헌법재판소는 물론이고 대통령권한 대행, 대법원장, 국회 등이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결원상태에서 이번 사건과 같이 중차대한 역사적, 국가적 사건을 재판하도록 방임하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이런 중대한 법적하자를 방치한 채 심판이 내려지면 가부간에 국민들의 일치된 승복을 받을 수 없어, 헌법재판소는 물론이고 국가전체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당하는 국가적 불행사태가 생기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관련된 모든 국가기관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신속하게 이미 2017. 1. 31.자로 퇴임하여 공석으로 있는 헌재소장 자리와 2017. 3. 13 .자로 퇴임이 예정되어 있는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을 미리 지명하여 공석에 대비하여 충원하고 그 때까지는 헌재심판을 일시 중단하기 바란다.

2017. 2. 14.


동참인 : 이하 (무순)
변호사 정기승(전 대법관,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초대 회장),
변호사 박만호(전 대법관), 변호사 이시윤(전 헌재 재판관),
변호사 김문희(전 헌재 재판관), 변호사 김두현(전 대한변협 회장)
변호사 이세중(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변호사 함정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변호사 김종표(원로 변호사), 변호사 이종순(전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회장), 변호사 김평우(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여기에 뜻을 같이 하시는 분들은 다음의 곳으로 연락주십시오
법치와 애국모임 Tel 02)3429-0789. Fax 02)3429-0157
조원룡 변호사 Tel 02)522-4652. Fax 02)522-3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