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성명서

제목 헌법개정안에 대한 우리의 견해
등록일 2016-06-08 조회수 5722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2014년 5월말에「헌법개정안」을 발표하였다. 그 특징은 분권형 통치기구와 기본권보장의 강화에 있다. 우리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이 개헌안을 검토하고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1. 헌법개정 방식에 대해서

현행 헌법은 약 30년 전 제정되어 그 동안 국민과 고락을 같이 함으로써  많은 부분이 이미 국민생활의 일부로 체화되었다. 그러므로 이를 모두 버리고 전부를 새로 꾸미는 이른바 전면 개정의 방식을 취하는 것은 헌법의 존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그보다는 개정 또는 추가할 내용을 수정조문으로 만들어서 미국헌법과 같이 헌법의 말미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되면 모든 국민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배우고 암송한 헌법조문을 평생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2. 권력구조에 대해서

   가. 국회의 양원제의 채택

   국회의 분권으로 독주를 방지하고 의안의 사려 깊은 심의를 위해서는 양원제가 바람직하다. 오늘날 의회민주주의를 구가하는 선진국들, 예컨대 영국·미국·프랑스·독일 그리고 일본까지도 일찍부터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인의 성숙한 민주정치의식에 걸맞는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양원제는 필요하다. 다만 상하 양원의 의원수는 현재와 같이 300인 범위내에서 조정하고 의석을 더 늘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순수 대통령제로의 복귀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므로 그 권한을 분산 내지 약화시켜야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주장되고 있고 이것이 헌법개정을 주장하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그래서 국회 헌법개정안은 권력구조를 프랑스식의 이원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대통령은 국민의 직선 6년 단임제이며 국가원수로서 중립적 권한을 행사하며, 외교·국방·통일·안보 문제를 담당하고,  또 긴급조치권을 발동한다(안 제98조). 한편 국무총리는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대통령과 독립하여 내정에 관여한다. 총리는 민의원에서 선출한 자를 대통령이 임명하고, 민의원이 국무총리가 궐위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무총리를 선출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지명한다(안 제113조).

   생각건대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제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의원정부제의 모든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또 권력기구의 선택에 대하여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는 그동안의 헌정경험을 돌아 볼 때 개정안이 제시하는 새로운 제도보다는 오히려 이제까지의 실험과 운영을 통하여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현행 대통령제를 골격으로 해서 그 문제점을 보완하기를 바란다. 그 한 방법으로, 국무위원과는 달리 책임이 없는 보좌역에 해당하는 대통령비서실의 비서관을 통하여 대통령이 내각을 지휘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장관을 지휘하고 통할하는 미국식의 고전적 대통령제로의 복귀를 제안한다.

   요컨대 엄격한 권력분립과 독립 아래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내고, 행정부 내의 상하 간에도 권한과 책임이 분점되는 미국식 순수 대통령제가 우리의 현실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즉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행정수반으로서 4년 임기로 국민이 직선하며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통령의 임기 중에는 국회의 신임과 관계없이 행정권이 권위와 안정을 보장받게 되고, 한편 2원집정부제에서 예상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의 권한분쟁의 소지도 발생할 여지가 없게 된다. 이 제도는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현재의 우리 실정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다. 국정감사제도의 페지

   현행 헌법은 국회에 국정조사권과 함께 강력한 국정감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국정감사권제도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고, 그 운용과정에 상당한 국력낭비, 국가기밀 유출 등의 폐단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를 다시 폐지하자는 국회의 헌법개정안은 매우 타당하다.

   라. 감찰원의 신설과 회계검사원을 독립

   현행 헌법은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두어 국가기관의 회계검사와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헌법개정안은 모든 국가공무원의 기강확립을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독립한 감찰원의 신설과 회계검사원을 독립시켜 정부와 국회 양자에 의한 감시감독을 받게 하였다. 이 제도는 고려할만 하다고 본다.

3. 헌법 총강에 대해서

   (1) 현행 헌법 총강에서는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어(國語) 그리고 수도(首都)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국회 헌법개정안은 이에 관한 규정의 신설을 제안하여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국민통합을 도모한 것은 시의적적하고 타당하다.

   (2) 헌법 조문은 전부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는 것이 좋다.

4. 기본권에 대하여

   국회 개정안은 기본권의 편별과 내용을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 보완하고 새로운 체계를 구성한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 개정안은「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제11조),「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제15조)와 같이, 일부 기본권의 주체를「국민」에서「사람」으로 변경하였다. 이것은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선거 때 모 후보가「사람이 먼저다」또는「사람중심의 사회」라는 북한 헌법 제3조의「사람 중심의 세계관」과 유사한 구호를 표방하여 논란이 된 일이 있다. 따라서 북한 헌법의 규정과 혼동 내지 모방의 오해를 회피하기 위하여 기본권 주체를 현행 헌법과 같이「국민」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2) 현행 헌법에는 생명권,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의 권리, 망명권, 사상의 자유, 정보의 자기결정권 등에 관한 규정은 없다. 새로운 기본권이론의 발전과 세계적 추세에 걸 맞는 기본권보장의 강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권은 헌법에 규정되지 않아도 보장한다는 포괄적인 규정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세분하여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 개정안의 「알 권리와 정보접근권」에서의 정보와「자신의 정보에 관한 결정권」에서의 정보는 용어를 구별해야 할 것이다(안 제29조).

   (3) 또「국가는 부당한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여야 한다」(안 제15조 3항) 와 「성평등은 ... 보장되어야 한다」(안 제16조 제1항)는 각기 「노력한다」와「보장한다」로 표현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4) 전몰군경, 의사자(義死者)에 관한 규정(안 제38조 제3항)에는 독립유공자의 자녀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5) 개정안 제49조 제3항의「검사는 수사한 결과 중요한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면 불기소처분을 할 수 없다」는 기소자유주의를 배제한 것과 군인, 군무원의 2중 배상금지를 폐지한 제51조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할 우려가 있다.

5.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에 대하여

국회 헌법개정안은 원칙적으로 현행 헌법상의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임명에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게 한 점은 대법원장의 인사독점권을 분산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상 지적한 몇 가지의 문제점들은 새로이 검토하거나 수정하여 통일 한국의 헌법에 초석이 되는 규정들로 확정되기 바란다.

2016. 6. 8.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장 변호사 권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