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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탈북문제 국제이슈 급부상
“고맙습니다, 부시 아저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2002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 선양 일본총영사관에 진입한 김한미 양(왼쪽)과 그 부모를 만났다. 김 양이 ‘고맙습니다 부시 대통령 아저씨’라고 직접 써서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한 그림 액자 선물이 보인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탈북한 김한미(6) 양과 부모, 그리고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어머니를 28일 오전 11시 10분(한국 시간 밤 12시 10분) 백악관 집무실에서 32분가량 만났다. 부시 대통령이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한 뒤 국제사회의 공동대처를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 인권문제가 미 대북정책의 전면으로 떠오르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납북 문제는 그동안 북한과 일본 간의 공방 차원을 넘어 국제 이슈로 부상하는 계기를 맞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바로 옆에 한미 양을 앉히고 왼쪽에는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橫田早紀江·70) 씨와 아들 다쿠야 씨를, 오른쪽에는 한미 양 부모 등을 앉혔다.
부시 대통령 바로 옆 테이블에는 메구미가 납치될 때의 사진과 한미 양이 선양의 총영사관에서 우는 사진이 놓여 있었고 반대편에는 한미가 그린 그림도 놓여 있었다.
참석자들은 “한미 양이 다리를 떠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양의 아버지 김광철 씨, 어머니 이귀옥 씨에게 “2002년 중국에서 체포된 뒤 우여곡절 끝에 자유의 품으로 돌아와 한국 땅에 정착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북한의 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존중을 원한다면 인권을 지켜야 하며, 자국민과 바깥세상 사람들에 대해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내가 들은 얘기는 가장 감동적인 것”이라며 “한미와 같은 아이들이 북한과 같은 잔혹한 사회에서 자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딕 체니 부통령,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담당특사와 프리덤하우스 등 미 단체 관계자,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대사 등이 배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사키에 씨에게 “외국인 납치는 용서할 수 없는 인권 침해인 만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 하원 국제관계위 아프리카·인권·국제활동 소위원회는 27일 탈북 및 납북자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일본 납북자구조연합 부의장은 “북한은 6·25전쟁 이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12개국에서 최소한 523명을 납치해 갔다”고 주장했다.
납북자구조연합이 밝힌 국가별 납북자는 한국인 485명, 일본인 16명, 레바논인과 말레이시아인 각 4명, 프랑스인과 이탈리아인 각 3명, 마카오 출신 중국인과 네덜란드인 각 2명, 태국인, 루마니아인, 싱가포르인, 요르단인 각 1명 등이다.
같은 청문회에서 증언에 나선 메구미의 어머니 사키에 씨는 “세계 각국의 피해자를 구출해 그들이 자유의 땅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