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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은 난민’ 국제사회 한 목소리
1천만 명 서명운동 7년, 유엔·세계 관심 고조
통일부 차관, “人權단체 한 일이 무언가?”
정치·종교지도자들이 탈북민 구원 外面
우리 국민과 해외교포, 외국인 등1,180만 명이 참여한 탈북난민 유엔청원운동이 이 달로 활동 7주년을 맞는 가운데 탈북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美-中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국정부가 최근 탈북민 김춘희 씨를 강제북송한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했다. 페인스타인 연방 상원의원 등도 주미 중국대사관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탈북난민문제에 대한 초유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이 달 22일부터 30일까지 탈북민들이 대거 참석하는 가운데 ‘북한자유의날’ 행사가 개최된다.
한편 포르투갈 총리 출신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지난달 UNHCR으로서는 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정치적 이유뿐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은 탈북민들도 국제법적 난민에 해당한다”며 유엔의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인권단체들이 제시해 온 요구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1999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일부 인권단체의 ‘이상주의적’ 목소리에 불과했다. 탈북민들은 단순히 먹을 것을 찾아 국경을 넘은 ‘경제적 이주민(economic migrants)’에 불과하다는 것이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인권단체들의 노력에 의해 단계적으로 변화·진전돼 왔다.
1999년 4월에 설립돼 2001년 5월까지 1천만 명 유엔청원서명운동을 펼쳤던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CNKR)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사역 7주년 기념대회를 갖고 탈북난민문제에 대한 현주소에 대해 진단했다.
CNKR보고에 따르면 사다코 오카타 전 고등판무관은 1999년 12월 CNKR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이후 ‘약간의(a few)’ 탈북민들이 난민에 해당한다고 밝혔고, 후임 루드 루버스 판무관은 2003년 9월 63개 회원국이 참여한 UNHCR실 집행위원회의에서 ‘많은 수(many)’의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구테레스 고등판무관의 확정적 발언이 있기까지 UNHCR내에서도 인권단체들의 노력에 따른 여러 단계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2004년 유엔인권위 북한인권결의안에 의해 임명된 태국 출신의 국제법학자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작년 유엔에 제출한 상세보고서에서 탈북민들이 국제법적 난민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혔고, 금년 1월 보고서에서는 탈북민들에 대해 모두들 ‘난민’으로 지칭했다.
국가적으로는 미 의회가 2002년 6월 상하원 북한인권결의안,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등 구체적 노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상하원 결의안과 북한인권법의 제정에는 1,180만 명 서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1천만 서명이 미 의회 움직여
김성민 탈북자동지회장은 “미 의회의 북한인권법 작성 책임자들이 ‘1천만 한인들이 탈북난민 보호서명을 한 것이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경우 2001년 이후 유엔인권위와 유엔총회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를 주도했으며 유럽의회는 지난달 처음으로 탈북난민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또한 영국과 독일 등 서방 7개국은 실제로 1990년대 후반 이후 280여 명의 탈북난민들에게 정치적 망명지위를 허용해 왔으며, 프랑스의 경우 북한인권 문제를 이유로 북한과 수교하지 않고 있다.
한편 당사국인 한국정부는 문제해결 의지가 미흡할 뿐 아니라 관련 단체들을 ‘탄압’하는 형국이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지난 14일 한 강연에서 “인권단체들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뭐가 있느냐”며 “시위하고, 성명서 낭독한다고 해결되면 우리(정부)도 100만장의 성명서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모방송사는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통해 “인권단체들이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004년 6월 탈북난민의 대거 입국 이후 북한당국의 항의가 있자 ‘다시는 대규모 입국이 없을 것’이라며 ‘탈북민 브로커’들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다.
북한구원운동 대표회장 이종윤 목사(서울교회)는 “정치·종교 지도자들이 탈북민 구원에 앞서야 할 텐데 현실은 정반대”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도운동’을 제안했다.
탈북민 활동가 남재중·이서·김동식 추모
또한 지난 17일 CNKR 행사에는 탈북민 보호활동을 펼치다 각각 2005년 6월과 2001년 1월 사망한 고 남재중 박사와 이서 목사 그리고 2000년 1월 납북 이후 현재까지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김동식 목사의 가족이 초청돼 고인들을 추모했다.
남 박사의 미망인 남윤희 씨는 “탈북민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면 부끄러울 것이며 고인의 죽음이 헛된 것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이 목사의 미망인 신주희 씨는 “이 목사는 사랑의 실천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마지막 순간에는 통일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을 아쉬워했다”고 말해 주위를 아쉽게 했다.
김동식 목사의 처남 정세현 씨는 “김 목사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서서 안타깝다”면서 “탈북난민들의 구원을 위해 희생제물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요양원에 김 목사의 부인 정영화 씨는 이 달 초 미국 인권단체의 주선으로 유엔에서 증언이 예정돼 있었으나 무산됐다.
이어 독인일 의사로 2001년 북한에서 추방된 후 한국에서 북한인권활동을 펼쳐온 노베트르 폴러첸 씨는 “의학적으로 사람의 몸에도 7년의 주기가 있다”면서 “CNKR의 7년간의 활동 이후 남북한 문제에 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중국 연길에서 ‘민주교회’를 운영하며 2만 명이 넘는 탈북민에게 지원해 온 김우 전도사가 참석했다. 그는 강연에서 “오랫동안 중국에서 탈북민 지원 활동을 해오면서 많은 고독감을 느껴왔지만 한국에도 많은 지원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아내는 탈북민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2년간 중국감옥에서 수감됐다가 최근 풀려나 한국에 입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