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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잡는 사람이 심판받는 이상한 나라"
정형근, 대공수사 무장해제 위험성 경고
입력 : 2006-04-20 16:36:34 편집 : 2006-04-20 17:03:52
"‘간첩’이 심판받는 게 아니라 ‘간첩 잡는 사람’이 심판받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
붙잡힌 간첩은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는가 하면 간첩 붙잡는 일을 관할했던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2월 퇴임이라는 ‘심판’을 받게 됐다.
고 전 지검장은 자리를 떠나면서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나에게 ‘공산주의가 되면 당신이 심판받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공산주의가 된 것도 아닌데 심판을 받았다”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배경에는 정부의 국가보안법과 대공수사의 무력화,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공안기관들의 거세라는 정책방향이 자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공직자 등의 발언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고, 이어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공안 부분 인력 감축 및 업무영역 조정’ 발언을 하는 등 공안업무에 대한 ‘홀대’가 시간을 거듭할수록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송두율을 구속수사하면서 노 정권에 밉보인 박만 서울지검 1차장은 검사장 승진에서 2년 연속 탈락해 옷을 벗었으며, 강정구 구속 의견을 올렸던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는 등 공안검사들에 대한 불이익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안기관들의 수난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대간첩, 대공수사를 맡겠다는 정부기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공안업무가 어느 새 기피영역이 돼버린 것이다.
사실상 검찰 내부 검사들의 기피대상 1순위가 공안부 근무다. 검찰 공안조직 추가 축소가 예상되고 있고, 경찰은 이미 조직 자체가 많이 축소됐다. 국정원은 이미 개혁이란 미명 하에 ‘대공수사권’ 자체가 폐지될 위기에 놓여있는 상태다.
대공수사권 존폐 위기의 흔적은 공안담당 정부기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검찰의 경우 대검에서 당초 3과로 운영되던 공안부가 법무부의 지시에 의해 1,2과로 축소운영하고 있고, 서울중앙지검의 공안 1·2부는 소속 검사가 7명에서 3명으로 축소됐다.
경찰청 역시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 등을 이유로 경찰청 보안과의 1개계와 공안문제연구소를 폐지하는가 하면 본청 보안국 총인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국정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간첩 검거를 주도적으로 해왔던 국정원은 참여정부 들어 인권탄압기관으로 매도되면서 검찰과 경찰에 수사권을 이양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를 넘겨받은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러면 ‘간첩’은 이제 남의 나라 얘기일까?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 의원은 “대공수사 기능의 축소에 대해 북한은 변한 게 없는데 남한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금 북한과 남한 내 친북세력들은 ‘6·15 선언 이후 상층통일전선이 형성되고, 남한 내 친북사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해방 이후 최고 대남혁명 호기’라며 남북관계 진전국면에서 반미·친북투쟁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대북 경각심이 급격히 이완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의 대남위협 실체를 간과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부의 대공수사기관 축소 폐지 움직임에 대해 “북한의 대남공작을 직접적으로 방조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법무부와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공안환경 변화요인」의 자료에는 ‘남북교류가 확대돼 긴장 완화가 이뤄지는 등 시대상황이 변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정보기관 등의 보고에 따르면 남한 내 간첩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령통신이 연 8만건에 이르고, 간첩 검거 통계가 90년 이후 124명에서 98년 이후 34명으로 급감한 것은 ‘DJ정권 집권부터 현 노 정권에 이르기까지 대공수사 기능을 거의 '거세지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북한은 ‘김정일 출생 65돌이 되는 2007년까지 남한 내 통일 對 반통일 역량을 3:1 구도로 만들고,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대공수사 기능의 축소, 폐지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김선우 기자 [김선우 기자의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