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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주님이 원하시면 부러져도 좋습니다"
극동포럼 초청강연, 노 정부에 강도높은 비난 ´정계복귀 신호탄´
"양극화 문제로 선동하는 것은 프롤레타리아독재 계급투쟁 연상시켜"
2006-04-13 12:52:18
◇ 이회창 전 총재가 강연을 마치고 강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계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인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극동포럼 주최 포럼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우리의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초청강연을 했다.
그동안 이 전 총재는 일부 행사 축사나 인터뷰에서 발언을 해왔지만 이처럼 본인이 주체가 돼 대중 강연회에 나선 것은 정계은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내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염두한 정계복귀 전초전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그가 이날 강연회 말미에서 읊은 시는 꽤나 의미심장하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주님, 저는 주님의 활입니다. 저를 그대로 놔두어 썩게 하지 마시고 당기소서. 그러나 너무 세게 당기진 마소서. 부러질까 두렵습니다. 아니, 세게 당기소서. 당신이 원하신다면 부러져도 좋습니다.”
이를 두고 참석자들은 ‘주님’이 국민이고 ‘활’은 이 전 총재 본인을 뜻하는 말이 아니겠느냐며 그가 곧 현실정치에 참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추측했다.
이날 그의 정계복귀를 요구하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이 끝난 뒤 정치를 떠났고 입장에는 변화 없다”면서도 “현실정치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제게 할일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몸이 부서지는 일이 있더라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강연에서도 전과 같지 않은 ‘센’발언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한 것. 특히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좌파’, ‘공산주의 선동 연상’ 등의 발언을 사용해가며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또 2007년 대선을 위해 비좌파세력의 대연합전선 형성을 주문했다.
이 전 총재는 현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 문제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이 정권이 좌파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말했는데, 좌파정권이 좌파정책을 써보다 도저히 안 되니 우파정책 일부를 차용하면서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붙인 이름인 것 같다”고 평가절하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과도하게 각 계층의 특성을 무시하고 극도의 ‘평균적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점에서 좌파정권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교육에서 이 정부는 열등한 평균주의의 포로가 되어있다”고 꼬집었다.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극도로 제한해 논술고사방식까지 일일이 정부가 간섭하고 고교등급제 금지 등 3불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평균적 평등화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것.
정부여당이 이슈화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이 정권은 국민을 잘나가는 20%와 희망 없는 80%로 나누고 강자·부자인 20%의 탐욕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된다면서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잘나가는 20% 때문에 나머지 80%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선동하는 것은 ‘무산대중(無産大衆)이여 집결하라’고 외치던 과거 공산주의자의 프롤레타리아독재 계급투쟁 선동을 연상시켜 섬짓하기까지 하다”고 비난했다.
시민단체들과 각종 위원회의 과도한 정치개입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직접·참여 민주주의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정치와 국가운영시스템의 개방화 민주화를 촉진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직접참여의 폭이 과도하게 넓어지면 국민의사를 대변·집약하는 이익집단·시민단체의 개입이 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이들의 강한 요구와 집단적 과시는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해 이들의 요구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과 법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조차 받아들이려는 반법치주의적 행태가 성행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전 총재는 또 대북정책을 비롯한 외교문제에 대해 “이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미국민 사이에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불신감을 확산시킨 것만으로 결국 대미외교는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또 “대북관계에서 김대중 정부의 일방적 지원정책을 승계했으나 그나마 북한의 체제 변화유도라는 명분마저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국군포로 1000여명 송환 대가로 경제지원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얼마나 실천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 전 총재는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원래 그것은 일단 남측이 지원하면 북체제는 변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이뤄진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은 주로 남측이 지원한 내용이지 이에 따라 북한체제가 실질적으로 변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기에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할 수 없다”며 “어떤 결과를 알고 난 후에 마치 그 결과가 예상되었던 것이고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편견인 ‘사후인식의 편견’에 빠져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일방적 지원과 협력이라는 방식을 고착시켜놓고 이제 와서 그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현 정부세력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며 “남한에서 방폐장 문제나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이 제기될 때마다 주민의 인권을 앞세워 시위에 앞장서는 성직자들이 있다”면서 “그들이 시위할 곳은 남보다 북의 요덕수용소와 같은 인권말살의 현장이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전 총재는 “2007년 대선은 분열적이고 친북적 좌파주축세력 대 비좌파세력의 대결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자유민주세력이 중심이 돼 비좌파세력의 대연합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우파진영의 대동단결을 주문했다. 그는 “이미 좌파들은 반보수의 대연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청중들과 이회창 전 총재와의 일문일답>
-나라가 방향을 잃고 정치가 어지럽고 한나라당도 신뢰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회창 전 총재가 다시 나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다시 정치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많다.
“2002년 대선 뒤 정치를 떠났다. 입장에는 변화없다. 현실정치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제가 할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몸이 부서지는 일이 있더라도 할 것이다.”
-지난 대선때 김대업과 설훈 전 의원 등 근거 없는 흑색선전으로 큰 타격 입었고 그것은 모두 허위사실로 판결났다. 그러나 그들은 사과 한 마디 없다.
“3대 의혹조작사건은, 제일 화가 나는 건 나일 것이다. 이런 사건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방송이 좀 힘을 써줘야만(공정해야만) 이런 문제 재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KBS 강동수 감사가 고백 비슷하게 말했다. 방송이 집중적으로 한 달 80여회동안 김대업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방송하니 어느 누구라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 신문이 어느 정권의 시녀나 도구가 되면 국가의 재앙이다. 방송 언론이 이런 일 생기지 않게 해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자투표 부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지금 대통령은 가짜 대통령이고 이 전 총재가 진짜 대통령이라는 것 같은데, 법관까지 지낸 분이 왜 가만히 있는가.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사실관계가 어떤지 제 스스로가 정확히 모르고 있다. 이문제 역시 제 자신이 나서서 말하는 것은 국민들이 볼 때 객관성이나 여러 면에서 잘못 이해하실 수 있다. 이 문제로 진실 밝히겠다고 나온 분들이 밝히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선에서의 역할은.
“정당과 정치세력, 아직 정치 세력화되지 않았더라도 적극적인 자유민주주의 신봉세력들이 나서서 뛸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러 비판 받고 있지만 우리에게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정당이고 이런 어려운 일이 단련을 시켜서 앞으로 좋은 활동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윤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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