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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anhwa, 뉴욕을 사로잡다
5000억원 美 만화시장 최근 미국에서 한국 만화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 40번가 만화 전문서점 ‘미드타운 코믹스’에서 시민들이 만화책을 고르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뉴요커 마빈 화이트 씨는 맨해튼 40번가의 만화 전문서점 ‘미드타운 코믹스’에 개근하다시피 하는 만화 애호가다. 한동안 일본 망가(Manga·만화의 일본어)에 심취했던 그는 요즘 한국 만화(Manhwa) 읽는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본 책과 반대로 제본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펼쳐 보는 한국 만화를 읽는 일은 신선한 문화충격이기도 하다. 만화가 진열된 2층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화이트 씨가 뽑아드는 책은 ‘프리스트(Priest)’. 죽은 연인의 복수를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퇴마사’가 된 한 신부의 이야기다.
○ 미국 만화 시장에 태극기를 꽂아라!
‘미드타운 코믹스’의 주인 갈 버슬로프 씨는 “‘프리스트’는 일부 마니아층이 형성됐을 만큼 베스트셀러”라며 “한국 만화가 서서히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국 만화는 일본 망가 섹션에 함께 포함돼 진열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미국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프리스트’(형민우), ‘데몬 다이어리’(한국어 원제 ‘마왕일기’·카라), ‘모델’(이소영), ‘타로카페’(박상선), ‘라그나로크’(이명진) 등은 ‘만화’의 베스트셀러로 통한다. ‘라그나로크’는 50만 부 가까이 판매됐으며 ‘프리스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스크린 젬’이 판권을 사서 올여름 영화로 제작해 전 세계에 배급할 예정이다.
미국 만화 시장은 크게 코믹스(Comics)와 그래픽소설(Graphic novel)로 나뉜다. 코믹스는 한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잡지 형태의 컬러만화이며 그래픽소설은 책 형태의 흑백만화다. 2005년 미국 만화 시장 규모는 5000억 원이며 이 중 한국만화의 주력상품인 그래픽소설의 시장 규모는 2300억 원대. 아직 정확한 시장점유율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 미국 시장에 출시된 한국 만화는 100여 작품에 이른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만화 라그나로크, 프리스트, 모델, 쇼콜라(위부터). 한국만화는 장편 서사 구조의 탄탄한 줄거리와 빠른 템포를 무기로 미국 만화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원CI, 시공사 ○ 만화 한류를 꿈꾼다
미국 만화 애호가들이 꼽는 한국 만화의 경쟁력은 형식상의 하이브리드(Hybrid)와 내용의 순수성(Purity)이다.
‘프리스트’의 작가 형민우(32) 씨는 “일본 망가, 미국 만화의 특징을 혼합했다”고 말했다. ‘프리스트’의 거친 펜 선이나 캐릭터는 미국 만화 스타일에 가깝지만 한 장면에 너무 많은 것을 표현하는 미국 만화의 단점을 장면마다 컷을 많이 나눠 세세하게 표현하는 일본식 연출로 극복했다는 것.
순수성은 슈퍼맨, 배트맨 등 미국식 슈퍼히어로 만화나 과도한 폭력, 섹스 장면 등으로 지나치게 자극적인 일본 망가와의 차이점이다. 특히 마초적인 슈퍼히어로 만화에 식상한 미국 여성들에게 ‘모델’, ‘아이 엔 비 유’ ‘쇼콜라’ 등 한국 순정만화가 인기다.
한국 만화가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한 것은 2002년. 국내 만화 출판사들은 초기에 도쿄팝, 센트럴파크 미디어 등 해외 출판사를 통해 작품을 수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직접 진출이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국내 대형 만화 출판사인 시공사와 서울문화사가 공동으로 현지 출판사인 ‘아이스큐니온’을 세웠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만화를 생산 배급하는 이코믹스 미디어는 뉴저지에 ‘넷코믹스’라는 이름의 현지 회사를 세워 ‘위대한 캣츠비’(강도하), ‘Let die’(원수연) 등 국내 인기 만화를 온라인 영문판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코믹스 미디어 정희운 이사는 “일본 망가도 시작은 미미했지만 콘텐츠의 우수성으로 곧 시장을 장악했다”며 “한국 만화도 온라인에 적합한 만화, 감성적인 시나리오 등 우리만의 노하우가 있는 만큼 차별화된 브랜드로 ‘만화 한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