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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어디로 가야하나"‥보수·진보 대토론회
written by. 이현오
한국선진화포럼, "각각의 주장만 있고 접점은 없었다"
<성장이냐, 분배냐? 큰 정부인가, 작은 정부인가? '양극화'는 정치적 의도를 담은 슬로건인가, 아니면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가?>...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구체적인 주제며, 주요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 "상생, 통합을 모색하는 열린 대토론회".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선진화포럼' 주최 '한국사회, 어디로 가야하나'토론회가 교과서포럼과 좋은정책포럼 대표 학자들이 나서 주제발표와 토론을 가졌다. @konas.net
이를 놓고 진보와 보수간 본격적인 토론이 전개되었다. 29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토론은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진보와 보수간 이견(異見) 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 또한 실감나게 한 토론의 장이기도 했다.
이 날 "최초의 좌우(左右)간 소통을 시도한다"는 명제아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前 국무총리)이 주최한 『한국사회, 어디로 가야하나』열린 대토론회가 전직 장관, 정치인, 학계, 일반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이 날 포럼에는 보수진영을 대표해서 교과서포럼의 박효종 교수가, '선진정치 및 미래를 위한 국가 아젠다' 발표를. 전상인 교수가 '선진 경제 및 사회를 위한 국가 아젠다' 를 주제로 발표가 있었다.
이어 진보진영에서는 임혁백 교수가 '지속 가능한 진보의 대안'을, 그리고 김형기 교수가 '지속 가능한 진보를 통한 지속 가능한 한국의 실현'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 박효종 교수/@konas.net
박효종(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과서포럼 공동대표)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한국 현대사에서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 셋을 꼽는다면,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라며, "이중 가장 현저한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며, 산업화와 민주화는 대한민국의 건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이 '건국'을 해방직후 미군정과 일부 정치·사회세력에 의한 '단독정부수립'정도로 '에피소드화' 하는 것은 배타적 관점으로 정부수립이 갖는 민족사적 의미 등을 경시 내지 간과한 결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정희 정권 하의 경제성장 요인에 관해서는 "대표적인 견해는 '리더십'론과 '편승론'"이라며, "진보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편승론에 따르면, 박정희는 이미 국내외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경제발전에 편승했기 때문이라고 하나 이는 장면 정권 하에서는 나타나지 않다가 그의 등장 이후에 '발전'으로 수렴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대북 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을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포용할 수는 있어도 북한과 더불어 '배타적 민족공동체'나 '민족공조'를 주장하기는 어려우며, 통일이 민족적 대과제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진보주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통일과잉주의에 대하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대미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향유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북한과 대척적 관계에 있는 미국을 통해서 습득된 것이지, 일본이나 중국 등을 통해서 얻은 것이 아니다"며 "최선의 길을 찾는다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우회'하기보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통해'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 전상인 교수/@konas.net
전상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의 갈등과 관련해서, "노무현 정권의 지난 3년을 보면 집권세력이 사회 갈등의 조정자나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보다, 스스로 사회갈등의 유발자나 제공자로 기능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사회갈등의 원인을 현 집권층으로 표현했다.
전 교수는 공동체정신의 회복에 대해서도 "최근 우리사회는 평등과 분권의 가치가 공동체의 존립에 대한 위협을 불사하는 수준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수도이전을 포함한 지역분권화 정책 역시 실제 목적은 너무나 정치적이라는데 문제가 있어 현 집권세력은 행정수도 건설을 통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지역주이 내지 지역감정을 새롭게 활성화하는 부끄러운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인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교수는 "박정희는 산업화를 위해 권위주의 독재를 한 것이 아니라, 독재를 위해 산업화를 한 것"이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협력(민족공조)과 한미협력(한미공조)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 임 교수는 "주한 미군이 균형자, 안정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국군과 미군의 작전권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해 "작전통제권 환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남덕우 선진화포럼 대표는 인사말에서 "민주주의 사회는 다원화 사회를 전제로 한다"며 "우리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 체제와 이념이 다른 남북의 좌우 대립도 사실이며, 이런 대립과 갈등이 우리사회의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사회의 지도층은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적 통합이 이뤄지려면 서로가 대화를 통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가능한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행하게 현실은 진보와 보수, 左와 右가 교류의 문을 닫고 자기 나름의 담론에만 몰두하고 비방으로 일관해 왔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필요하며 견해와 이념이 다르더라도 이런 토론의 장을 통해 정당성을 모색해 통합의 길을 찾아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토론회를 준비한 한국선진화포럼 측은 "우리 사회 이념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어 이대로는 선진화로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진보와 보수가 만나 양 진영 간 백안시나 의심의 눈초리를 떠나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Konas)
이현오 기자 konasnet@hanmail.net
2006-03-29 오후 6:53:5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