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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비합법이든 북(北)과 거래땐 미국과 금융거래 할 수 없다”
미(美), 대북제재 행정명령 초안 공개
북(北)위폐 개입·활용될 경우 강력 제재받아
“북한 불법행위 중단 않을땐 발동될 수 밖에”
미국이 추진 중인 새로운 대북금융제재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위폐와 마약거래 등 불법행위문제 전문가인 라파엘 펄(Perl) 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29일 조선일보와의 추가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대외거래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행정명령 초안을 공개했다. 펄 연구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 행정명령 초안은 작년 9월 20일자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된 이후 정부 내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형식=새 금융제재는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 형식이다. 이는 미국이 테러집단의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제정한 ‘애국법’ 311조상의 권한을 실행하는 것으로, 의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법률이 아니다. 행정명령 초안에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해 애국법 311조 5항의 특별조치(special measures)를 취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내용=초안은 복잡한 법률적 내용으로 되어 있으나 ‘특별조치’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의 어떤 금융기관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과 거래할 수 없다는 것, 둘째,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이 다른 금융기관을 이용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풀면 “방코델타아시아 및 이와 거래하는 금융기관은 미국의 어떤 금융기관과도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제재의 의미=행정명령은 문구상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해서만 ‘미국과 거래 전면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펄 연구원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이 명령이 함축하고 있는 실질적 의미”라고 강조했다. 즉, 다른 금융기관들에도 북한의 불법행위 자금유통에 개입하거나 활용될 경우 똑같은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제 금융기관들은 북한의 불법자금원에 개입되는 것보다는 미국과의 거래를 선택할 것이며, 북한과의 거래를 끊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펄 연구원은 “이것이 북한의 불법행위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한 이 명령의 실질적 효과”라고 말했다.
◆합법적 거래가 포함되는 이유=북한은 정부기관과 정부 기업들을 통해 대규모 불법행위들을 저질러왔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때문에 불법·합법을 구별할 수도 없고 구별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콜롬비아 마약카르텔의 경우 합법적 투자와 거래도 많이 하지만 마약거래라는 범죄행위를 하기 때문에 범죄조직으로 규정돼 있다. 펄 연구원은 “똑같은 논리가 북한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추진됐나=작년 9월 20일 정부 관보에 게재하고 정부 내부에서 이 조치의 영향에 대한 검토의견 수렴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미국이 작년 9월 12일자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한 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이다. 최초 관보에 게재된 내용에서 일부 수정도 이뤄지고 있으나 핵심골격은 같다.
◆실제 발동여부=북한에 대한 직·간접적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펄 연구원은 “발동시기는 정치적 판단 영역이지만, 북한이 불법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법 집행 차원에서 발동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허용범 특파원 heo@chosun.com
입력 : 2006.01.30 20:35 08' / 수정 : 2006.01.31 05:05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