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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자회견서 노 대통령 융단폭격
입력 : 2006-01-26 12:31:05 편집 : 2006-01-26 13:39:37
"집권을 통해 과감한 감세정책을 펴겠다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6일 내년 대선에서의 강한 집권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하루 전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노 대통령을 향해 '융단폭격'을 가했다.
'전투복'으로 불리는 바지를 벗고 진보라색 벨벳 스커트와 분홍색 재킷을 꺼내 입었지만 이 날 박 대표의 어조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 26일 오전 박근혜한나라당 대표가 염창동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사학법 재개정 등 현안에 대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박 대표는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집권을 통해 과감한 감세정책을 실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는 양극화 해법, 정부 규모, 사학법 개정 논란, 한미관계 등 국정현안과 관련, "국민의 선택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꽃피우기 위해 나라를 걱정하는 범애국세력이 모두 함께 힘을 결집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앞장서겠다"고 대선 승리를 위한 보수세력의 결집을 호소했다.
"양극화 주범 현 정권이 만들어 놓은 경제 불황"
박 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을 겨냥,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범은 다름 아닌 현 정권이 3년 동안 만들어놓은 경제 불황"이라며 "노 대통령의 주장은 무책임한 선동정치일 뿐이고 그래서는 결코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어 "중산층과 서민의 파탄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 현 정권이 반성은 커녕 이제는 '세금폭탄'으로 나오고 있다"며 "심지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국민을 편 갈라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보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대표는 또한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경제는 잘 되는데 양극화가 문제이고,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확대와 큰 정부로 가겠다'고 했는데, 어제 기자회견에서는 '당장 증세를 주장하진 않겠다'고 했다"며 "도대체 어느 것이 대통령의 입장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연설에서 사회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증세'를 제기했다가 25일 기자회견에선 "대통령은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신년기자회견의 화두를 "우리의 재정과 복지지출 규모에 대해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증세에서 감세로 선회한 것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불과 1주일만에 말을 바꾸는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야말로 우리 경제, 사회 혼란의 근원"이라고 몰아붙였다.
박 대표는 회견에서 "정부는 세금폭탄과 국채발행을 논하기 전에 혈세 낭비를 없애고 정부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현 정권 들어서 살찐 곳이 있다면 그것은 정부 자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공무원 증가와 예산낭비, 공공기금의 손실 등을 예로 들며 "그 돈이 국민 혈세가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재산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낭비할 수 있었겠느냐"며 "민간기업이었다면 진작 망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대표는 대안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과감한 감세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며 ▲각 부처 예산의 일률적 삭감 ▲장·차관수 대폭 감소 ▲불필요한 위원회를 없애고 위원회나 산하단체 직급의 하향 조정 등을 제시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재정 확대 방침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상황인식은 함께 하면서도 해법은 정반대로 제시한 것이다.
감세론의 타당성 논란에 대해선 "집권을 통해 감세정책을 추펼 것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는 선언으로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사학법 파행정국 유일한 해결책은 재개정 뿐"
박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현재 정국 최대 현안인 사학법 파행정국과 관련, "이번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은 사학법을 재개정하는 것 뿐"이라며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 역사를 부끄럽게 가르치고 철 지난 이념과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현 정권의 사학법 개정안"이라며 "이는 전교조가 10년 전부터 주장해온 법으로, 전교조가 사학의 경영에 간섭하고 학교를 접수하는 길을 터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표는 계속해서 "하루 빨리 '사학 비리를 없애는 데 충분하다'고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재개정안을 만들어 여야 합의로 처리하고 국회도 정상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도 "오는 30일 이재오 원내대표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간의 산행회담이 예정돼 있으니 거기에서 좋은 해법이 찾아지기를 바란다"며 경색정국 타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북핵문제와 관련, 박 대표는 '정부의 침묵'을 강한 톤으로 비판하고 "미국과 한국이 계속 엇박자로 나가면 북한이 정신을 못 차린다"며 정부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했다.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서는 "명백한 국제 범죄행위"로 못박으며 "6자회담과 이것은 별개로, 북한이 이 문제를 회담 거부의 핑계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을 책임지는 것이 우선"
박 대표는 회견 뒤 바로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대선 출마 선언과 준비 시점 및 지지도 하락 우려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해박 대표는 "지금껏 당 대표직을 대선 출마 등 사적인 부분에 이용했다면 당이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당 대표로 있는 동안은 (차기 대권과 관련한) 말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도 "지지도는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당 대표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한다는 게 목표"라고 대권 도전 의지를 완곡하게 표현했다.
박 대표는 또한 정치권의 관심사 중 하나인 '5월에 국민중심당과 연합하는가, 김학원 의원에 대한 영입작업 이진척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나라당은 정개개편이나 어느 당과의 합당이나 연합공천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음번 정권창출을 위해 노선을 같이 하고 뜻을 같이 하는 분들에게 문은 항상 열려 있고, 배척할 이유가 없다"고 희망 의원의 개별 입당은 수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수경 기자seoulwater63@frontiertimes.co.kr [이수경 기자의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