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니던 10대 시절 김정은의 모습. /연합뉴스
中 "김정은, 초청명단에 없다" 확인 요청에 부정적 답변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고 그것을 대를 이어 강화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은 우리들이 지닌 중대한 역사적 사명"(김정일 국방위원장).
"중·조 친선을 시대와 더불어 전진시키고 대를 이어 전해가는 것은 쌍방의 공동의 역사적 책임"(후진타오 주석).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정일과 후 주석의 정상회담 사실을 보도하면서 양국 정상의 발언을 이같이 전했다. 북·중 정상 모두 '대를 이어'란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북한이 중국측에 김정은으로 알려진 후계구도에 대한 추인을 요구했고, 중국이 이를 묵인한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북·중 정상회담 사실을 비공식 경로로 확인하면서 관심의 초점이던 김정은 동행 여부에 대해 묘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정은의 이름이 "중국측 (초청) 명단에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에 대해 두 갈래 해석을 내놓았다. 양국의 관례에 따라 후계자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기로 했을 가능성이 첫째고, 다음은 말 그대로 이번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방중에 동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중국이 이번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북한의 '3대 세습체계'를 묵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후 주석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하여 (9월 초) 조선노동당 대표자회가 원만한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는 "이번 당 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 후계체제를 가시화하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은) 김정일이 원하는 대로 후계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는 사실상의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과 후 주석 모두 김정은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중 혁명 전통을 이어받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극해도 중국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교환한 셈이란 관측이다. 후 주석은 지난 5월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우호관계를 시대의 흐름으로 함께 발전시키고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이 양국이 가진 공통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이번에 김정일의 김일성 유적지 '성지순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만 봐도 김정은 후계에 대한 암묵적 지지 의사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이 정상회담 때 "김일성 주석께서 중국 혁명가들과 함께 풍찬노숙하며 항일의 혈전만리를 헤쳐오신 중국 동북지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혁명 선열들의 피어린 자욱을 되새겨보며 숭엄한 감정을 금할 수 없었으며 조·중 친선의 소중함을 더더욱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속내야 3대 세습이 달갑지 않겠지만 현실적 차원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중국측은 그 대가로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을 요구했거나 적어도 한반도에서 '사고'를 일으키지 말라고 주문했을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북·중 양국은 권력 후계자 문제를 놓고 사전에 미리 통보한 전례가 있다. 지난 1989년 12월 덩샤오핑(鄧小平)도 장쩌민(江澤民)을 중앙군사위 주석에 밀어올리기 나흘 전에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김일성 북한 주석에게 미리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당 관계자 등의 입을 통해 세간에 퍼졌다. 1980년 공식 후계자가 된 김정일의 경우 1983년 6월 김일성과 함께 방중해 덩샤오핑(鄧小平)을 면담했다. 당시 덩은 김정일에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를 잘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북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3대 세습으로 대표되는 체제 안정"이라며 "이를 위한 후계 정통성(김일성 성지순례)과 먹거리(중국 경제 지원) 확보를 위해 김정일이 방중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