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계속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와 발언의 근거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송구합니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던 오전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거듭 답했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가 무엇인지 이 자리에서 밝혀야 한다”며 “발언의 근거가 경찰 정보에서 나온 것인지, 첩보에서 나온 것인지를 밝혀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그날 강연은 경찰 지휘요원을 상대로 이야기한 것인데,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지금 말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이 아니라, 청문회에 나와서 말을 못 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에서는 차명계좌 발언이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는 장 의원의 지적에 조 후보자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계속해서 명확한 답변을 피하자 장 의원은 “발언의 근거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며 “이 정권에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노 전 대통령을 폄하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언을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발언의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근거가 없다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이석현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관련 내용을 주간지와 인터넷 신문에서 봤다고 했는데, 어느 매체인지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발언 때문에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 당시 인터넷에도 보도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 무엇이 송구스럽다는 것이냐"라는 김충조 의원의 질문에 대해 조 후보자는 "전국민적 물의를 일으켜 굉장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송구스럽다"는 대답을 되풀이하자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그러면 오늘 하루종일 똑같은 질문을 하겠다"며 "밤 12시까지 해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가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발언을 철회하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자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답변 태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오늘 해명을 못하면 근거 없이 무책임하게 발언한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며 “경찰청장 자격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답변 기조를 유지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경찰 지휘요원을 상대로 이야기한 것이 이렇게 큰 논란으로 이어졌는데 그 이상 어떻게 얘기를 더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의 고소에 따른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같은 답변 태도를 유지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가급적 검찰 수사 이전에 유족들의 이해를 구하려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검찰 수사까지 간다면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