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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MB-박근혜 회동]95분 밀담…(동아닷컴)
글쓴이 정용관,김기현기자 등록일 2010-08-23
출처 동아닷컴 조회수 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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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회동]95분 밀담…

 

웃음 띤 朴 “분위기 좋았고 만족”

 



여권 “어느 때보다 성공적 만남”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1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회동은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1시간 35분 동안 진행됐다. 사진 제공 청와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

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 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측근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밝힌 회동 내용의 핵심 요지다. 1시간 35분에 걸친 회동 내용을 박 전 대표는 두 단어로 요약한 셈이다.

○ 회동 무용론(無用論) 나오더니…

박 전 대표는 회동 분위기를 묻자 웃으며 “분위기 좋았다”고 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측근 의원들과의 통화에서도 “회동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을 막후에서 추진한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두 분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고 말했다. 여권 주변에선 과거 어느 회동 때보다 성공적인 만남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양측 간 불신의 골이 깊었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분위기 반전은 다소 의외다.

이 대통령이 8·8개각에서 40대의 ‘젊은 총리’ 카드를 들고 나오고 현 정부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을 특임장관으로 내정한 것 등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선 ‘박근혜 죽이기’라는 목소리가 비등했고 심지어 분당 얘기까지 나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친이(친이명박)계 일각에선 언제까지 박 전 대표를 ‘영수(領袖)’급으로 예우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여권 주변에서 회동 무용론이 심심찮게 흘러나온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따라서 여권의 정치적 지분을 분할하고 있는 1, 2대 주주가 실제 어떤 대화를 나눴으며 어떤 대목에서 공감했고 상호 의견이 갈렸는지는 향후 대선 지형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 갈등 봉합?

임기 반환점(25일)을 맞는 이 대통령은 일단 8·8개각의 취지와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설명하며 4대강 사업과 친서민 중도실용, 대북정책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관측이다.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표의 태도이다. 박 전 대표 스스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언급한 만큼 ‘큰 틀’에서 국정 운영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의 집권 전반기 내내 친이-친박의 내분에 휩싸여 사실상 집권 여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가 큰 틀에서의 국정협조를 약속했다면 이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미래희망연대와의 법적인 합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나라당은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된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힘 있게 끌고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 예산 문제 등에서도 한나라당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국회 처리 과정 등에서 드러났던 분열의 전철을 더는 밟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 경선 중립?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정권 재창출’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회동을 통해 국정운영의 기반을 다지는 실리를 얻었다면 박 전 대표는 향후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중립’을 보장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여권의 대선 후보 결정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중립을 지키겠다” “인위적인 장애물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에서 ‘박근혜 대항마 키우기’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인선 배경을 간접적으로 설명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인사 문제는 화제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 측은 앞으로 대선 레이스에서 이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현직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가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중립’ 의사를 밝혔다면 향후 박 전 대표 측에 상당한 안전판을 제공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당 안팎에선 이런 상황을 놓고 두 사람이 국정 동반자 관계를 복원했을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는 남북관계 해법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박 전 대표에게 일정한 역할을 요청했을지도 관심사다. 여권 주변에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여러 차례 박근혜 대북 특사설이 나왔다. 그러나 대북특사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선 양극화 해소 문제가 화제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전 대표가 평소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이 대통령의 친서민 기조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 등 정치선진화 문제가 논의됐는지도 관심사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