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4시 55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 10여 명이 경기 파주시 탄현산업단지에 도착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안 대표를 초청해 중소기업인 20여명과의 간담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날 안 대표는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중소기업인들과 '끝장토론'도 하겠다며 파주를 찾았다.
안 대표가 처음 방문한 곳은 필터제조업체인 세명하이트. 버스에서 내린 안 대표가 회사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공장을 둘러봤다. 걸린 시간은 약 15분. 공장 밖으로 나온 안 대표와 의원들은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중소기업 현장방문'이란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다음 방문업체로 이동했다.
오후 5시 15분에 도착한 곳은 철제가구 부품회사인 ㈜광명분체. 현장을 둘러보고 나온 시간은 오후 5시 20분이었다. 5분 동안 안 대표는 업체관계자와 이야기를 한 뒤 외국인근로자 4명과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눴다. 안 대표는 "수박 좀 사드리고 가자, 고생하니까"라고 말한 뒤 공장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공기압축기 제조업체인 한국유체. 오후 5시 24분 도착한 안 대표는 5분 동안 현장을 살핀 뒤 간담회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안 대표가 '현장을 둘러보고 간담회를 갖자'고 해 파주에 오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대표가 현장에 머문 시간은 총 25분 정도에 불과했다.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느라 이 마저도 온전히 채우지 못했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을까. 현장을 보러 파주까지 왔지만 정작 현장은 없었던 셈이다.
간담회 자리에서 안 대표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과 위장중소기업문제 등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호소를 들었다. 그는 "오늘 나온 사항들을 당정회의에서 더 논의하겠다"며 "연말에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벤트성 방문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안 대표가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이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 중소기업인들에게 필요한 건 생색내기용 방문과 깜짝 수박선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