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다 더 시끌벅적… "당국도 손놨다"
상인·주민들 거친 항의에 단속 보안원 자취 사라져…
상인들에 김정은 얘기 묻자 "어린게 뭘 알아… 관심없다"
작년 12월 화폐개혁 이후 한산했던 북한 시장(市場)이 최근 화폐개혁 이전보다 더 활황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북한 내부 동영상을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가 18일 단독 입수했다.동영상을 관람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시장이 부활한 수준을 넘은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동영상은 북한 내부소식통이 이달 초 신의주의 '채하(彩霞)시장'을 촬영한 것이다. 신의주 출신 탈북자는 "채하시장은 2003년 대규모로 지어졌으며 대중(對中) 무역 길목인 신의주시의 채하동은 부자 동네"라고 말했다.
- ▲ 북한 신의주 채하시장에서 잡화류를 파는 상인들이 매대(좌판)에 상품들을 잔뜩 쌓아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시장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고, 여기저기서 상인과 손님들이 벌이는 흥정으로 시끌벅적하다. 이 장면은 본지가 18일 북한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동영상을 캡처한 화면이다.
지난 4월 본지가 공개한 함북 온성시장의 올 3월 모습은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매대(좌판)의 90%가 비어 있었다. 그러나 이달 초 신의주 시장은 각종 일용잡화·의류·식품 등으로 매대가 넘쳐난다. 공산품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오마니, 오마니 보시라요" "아저씨 샴푸 안 사요?" 흥정을 하는 상인들과 주민들로 시끌벅적하다.
특히 화폐개혁 이전 북한 시장에는 인민보안원(경찰)들이 단속을 한다며 설치고 다녔지만 이번 동영상에는 보안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관리원'이란 완장을 찬 사람만 조용히 매대를 지나갔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시장은 지난 5월까지 마비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6월부터 풀리기 시작해 지금은 통제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한다. 이 소식통은 "화폐개혁 실패와 관련, 지난 2월 김영일 당시 총리가 사과하고 지난 3월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한 이후 북한 당국은 사실상 시장 통제의 손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했다. 화폐개혁 직후 주민들이 다시 굶어죽을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당국이 배급을 주지 못하자 '시장이라도 막지 말라'며 거칠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보안원이 단속하려 해도 40~50대 '아줌마 상인'들의 욕설에 망신만 당할 상황이라고 한다.
또 상인들은 김정은으로 알려진 후계자 문제가 나와도 "그 어린 것이 뭘 알겠는가"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시장과의 전쟁에서 다시 무릎을 꿇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