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방안 구체화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공동체' 구축을 남북 간 교류·협력을 통한 '경제공동체' 달성보다 먼저 언급했다. '비핵화가 대북 경제 지원보다 우선이란 의미'(안보 부서 당국자)란 분석이 나온다.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화해·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 정치·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것이고 통일의 길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렸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대북정책은 자본을 투입하면 이념, 즉 자본주의도 같이 들어가 북한을 변화시킬 것이란 기대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2006년 10월 핵 실험으로 완전히 무너졌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할 경우 북한의 핵 능력만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이 대통령이 작년 7월 유럽 순방 중 외신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 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과거 대북정책이 선경후정(先經後政·경제가 먼저)이라면 현 정부는 선정후경(先政後經·정치가 먼저) 성격이 강하다"(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관측이다.
- ▲ 나란히 앉은 美·中 대사…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5일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오른쪽)와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왼쪽)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동시 통역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경축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특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비핵화가 우선'이란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적 지원'만 챙기려는 과거 행태를 그대로 반복했다. 남북 간의 이런 입장 차는 지난해 10~11월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남북은 세 곳에서 충돌했다. 우리측은 정상회담 합의문 첫머리에 '비핵화'란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북한은 '핵문제 진전' 정도의 표현만 가능하다고 했다. 또 우리측은 국군 포로·납북자의 '대규모 송환'을 내건 반면 북한은 '고향 방문' 정도로 막으려 했다. 특히 북측은 정상회담 이전에 쌀·비료를 주거나 최소한 '인도적 지원'을 합의문에 명시하자고 고집을 부렸다. 이 대통령이 비핵화와 평화를 다시 강조한 것은 지난해 북한과 접촉해보니 그 태도가 과거와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에 재차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이 대통령 경축사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해서 무장 해제시킨 다음 경제공동체를 해서 자본주의로 흡수 통일하고, 남한 중심의 민족공동체로 가려는 속내가 보인다고 비난할 것"이라며 "그러나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양보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