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직 제의를 거절했을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받게 될 오해나 파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친박계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내정된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9일 자신의 입각에 대해 친박계 내부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고는 입각을 제안받게 된 과정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개각 발표 하루 전날인 7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장관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나의 정치적 상황에서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 고사했는데, 바로 다음 날 오전 임 실장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전날엔 개각 시점에 대해 설명이 없었는데, 발표날 아침 전화를 걸어와 오후에 개각을 한다고 하더라. 임 실장이 '소통과 화합을 위한 진정성을 봐 달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전해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각 발표에 차질이 생길 것 같은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날 이 대통령의 메시지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유 의원은 "그런 상황에서 입각 제안을 내 개인문제로만 볼 수 없었다. 저쪽에선 계속 소통·화합을 말하는데, 내가 계속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 자칫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제안이나 개각을 '비토'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문제였다"며 "만약 내가 하지 않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면 '국정 파열' 등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부정적인 문제만 증폭됐을 것이다. 박 전 대표를 '나쁜 결과 만드는 진원지'로 만들 순 없었다"고 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도 박 전 대표가 청와대의 장관직 제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유 의원은 "내가 장관 자리에 연연해서 하겠다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이상 두 분 간의 좀 더 좋은 관계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