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곡예쇼’ 공중급유 2회에 15시간 비행
게이츠 현안 언급 자제..대변인 ’한미군사동맹’ 거듭 강조
18일(미국 동부시간) 밤 11시 북미대륙 인근 태평양 상공에서 바라만 봐도 아찔한 ‘하늘의 곡예쇼’가 펼쳐졌다.서울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참석을 위해 미 동부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이륙해 6시간째 서쪽으로 날아가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전용기 E-4B 공군기로 2대의 비행기가 근접해왔다.
알래스카 기지에서 날아온 공중급유기들이었다.
한 대의 급유기는 국방장관 전용기 왼편으로 다가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날았고, 또 다른 급유기는 전용기 정면 앞으로 가더니 서서히 속도를 늦추면서 육안으로 보기에 마치 후진하듯이 기체 후미를 전용기의 조종석 코앞까지 갖다댔다.
곧이어 앞서 날아가던 기체 후미로부터 급유 파이프가 서서히 내려와서는 조종석 앞쪽의 급유구와 연결됐다.
15분 동안의 급유가 이뤄지는 동안 공중급유기와 전용기는 똑같은 속도에다 일정한 고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공중 도킹의 장관을 연출했다. 속도나 고도에서 한 치의 오차도 용납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게이츠 국방장관 전용기에 동승한 연합뉴스를 비롯한 취재기자들을 조종석으로 안내해 공중급유 장면을 지켜보게 한 공군 장교는 “공중급유는 고도의 비행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퍼포먼스”라고 소개했다.
급유를 마친 비행기가 급유구와 연결된 파이프를 빼내 자리를 비키자, 전용기 옆을 나란히 날던 또 다른 급유기가 똑같은 방식으로 날아와 파이프를 연결해 급유를 진행했다.
안내 장교는 “앤드루스 공군기지로부터 서울공항까지 15시간 소요되는 이번 비행에서 공중급유는 두 차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 ▲ 미 국방장관 전용기 E-4B. 공중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운명의 날 비행기'로도 불린다.
이 때문에 유사시 장기간 하늘에 떠 있는 채로 공중지휘통제기 기능을 항상 갖출 수 있도록 일정량의 연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서울을 향해 날아가는 긴 비행시간 동안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수시로 기자들이 머문 브리핑룸을 찾아 2+2 회담,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의미를 설명했다.
모렐 대변인은 “한미군사동맹에 입각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방어 공약, 대북 억지력”이라는 표현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그는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21일 부산항에 입항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미국의 국무, 국방장관이 나란히 2+2 회담에 참석하는 날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조지 워싱턴호가 동해 합동군사훈련에 참석키로 사실상 결정됐지만, 모렐 대변인은 한국정부와의 2+2 회담 합의 후 공식발표를 염두에 둔 듯 “미국의 어떤 전력이, 어느 훈련에 참가할 것인지는 2+2회담에서 결정돼 발표될 것”이라며 세부 훈련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게이츠 장관은 비행기가 이륙한 후 3시간여가 지났을 때 청바지에 하얀색 셔츠 차림으로 브리핑룸을 겸한 기자실을 찾았지만 현안에 대한 언급 없이 “긴 여행 일정 동안 잘 보내기 바란다”는 인사말만 짤막하게 했다.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이 있었지만 게이츠 장관은 “아마 나중에 기회가 있을 것”(maybe later)이라고만 답변하면서 서울 도착 이후로 현안에 대한 발언 기회를 모두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