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한식 교수 /연합뉴스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평양을 방문,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서울에 온 박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도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져 왔지만 공식화되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9월 초 열릴 당 대표자회의에서 후계문제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월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는 김정은이 당의 공식석상에 나타나 북한 주민들에게도 선을 보이는 등 공식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특히 “9월 당 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공식적인 직책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의 기구가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직책을 새로이 만들어 이를 이끄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에서는 현재 김일성 주석의 사망 16주년(7월8일)을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이는 후계체제 조성을 위한 움직임과 맥을 같이한다고 본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거의 매일 현지지도를 나갈 만큼 건강상태가 좋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전면에서 김정은 후계체제의 정착을 위한 작업을 계속 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천안함 사건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관련, “북한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는 공격한 사실이 없으며, 이에 따라 사과나 관계자 처벌 등은 있을 수 없으며, 자기들이 피해자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돌파구는 찾는 데 대해서는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는 남한이 먼저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정부 및 민간차원의 교류 등 모든 것을 천안함 사태 이전으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초안과 관련, “안보리 의장성명에 규탄 대상이 명확하게 적시되지 않은 만큼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지 않고, 오히려 침묵을 지키며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북관계와 관련해 박 교수는 “북한은 미북간 대화 및 교류에 적극적인 입장”이라면서 “이에 따라 천안함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미국 민간단체의 북한 방문과 대북지원사업도 재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사회 동향과 관련,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작년 12월 김일성대학 본관에 설치한 전자도서관 개관식에 참석, ‘내 땅에 발을 딛고 세계를 보라…’는 휘호를 내렸는데 이 문구가 북한 사회에서 인기있는 슬로건이 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를 의식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해 나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측 인사들은 유럽 등지에서 경제활성화 및 대북투자 유치를 위한 외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외국과의 합작사업이나 투자논의가 진전을 보여 앞으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이뤄져도 북한에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호텔비 등을 유로화로 명기해 놨었는데 이번 방문 중에는 북한 화폐단위로 가격을 정해 게시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면서 “아마도 화폐개혁으로 인한 변화양상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