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관심 집중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2일 수사 대상자를 처음으로 소환하며 사찰 배후세력에 대한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보도진이 소환 대상자를 취재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방문객 출입구 앞을 지키고 있다. 홍진환 기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전 KB한마음 대표 김종익 씨(56)를 경찰에 수사 의뢰한 뒤 외압을 가했다는 정황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뒤 여러 차례 수사상황을 확인하는 등 ‘김 씨 처벌’에 상당히 집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적용 법률까지 적어 보내 경찰수사 외압 논란 커져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9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게재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파견 경찰관은 이를 구두(口頭)로 제보했고 “VIP 비방 동영상이 있으니 법적으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사이버수사대는 이 동영상을 링크한 블로그가 수만 곳에 이르는 등 김 씨 혼자 저지른 일이 아닌 데다 동영상을 만든 사람이 더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동영상 원본 제작자 추적에 나섰고 제작자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같은 해 12월 내사 종결했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당시 김 씨를 소환하지는 않았고 김 씨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사이버수사대의 수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듯하자 같은 해 11월 김 씨의 주소지 관할인 서울 동작경찰서에 다시 수사를 의뢰했다. 처음에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이 임모 동작경찰서장을 직접 만나 수사를 요청했으나 동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이 “수사에 착수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하자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10여 장의 동영상 캡처 사진과 함께 전기통신기본법 등 적용 법률 조항까지 명시했다. 법률 조항까지 명시한 것은 ‘이 조항으로 처벌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처음에 조사를 맡은 손모 경위는 지난해 2월 김 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손 경위는 “당시 이런 동영상이 굉장히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김 씨만 특별히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임 서장이 보완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수사관이 바뀌었고 그해 3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손 경위가 가사휴직을 낸 데다 참고인 조사가 추가로 이뤄지면서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이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7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외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과 동작경찰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수사팀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새로 밝혀진 게 있느냐” “김 씨 처벌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잘 좀 부탁한다”는 등 사실상 외압을 가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규 측 “사찰 관여안해”
한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4명의 변호를 맡은 함귀용 변호사는 통화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제보를 받고 제대로 된 조사도 하기 전에 김 씨가 블로그를 폐쇄하고 일본으로 떠났다”며 “이 지원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 전결만 했을 뿐 탐문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함 변호사는 또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에게 보고했다는 등 ‘비선보고’ 논란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