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식 회부된지 이번주말을 지나면 꼭 한달이 되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 중국이 최대 장애물이다.
그동안 안보리 논의 자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해 왔던 중국은 지난달 하순부터 다소 태도를 바꿔 안보리 논의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노골적인 `북한 편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
중국 측은 안보리의 천안함 관련 문안 협의 과정에서 북한의 공격을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용어나 문구는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문안에 `북한'을 넣어서 비난한다거나, 공격(attack) 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 측은 `공격' 대신 `사건(incident)'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의 성명에서는 `공격'이라는 단어가 사용됐었다.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어뢰 공격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고 도발행위이므로 북한의 책임임을 적시하고 이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한.미.일과 북한의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을 명시해선 안된다는 중국간의 간극으로 인해 논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엔 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G8 성명이 안보리 대응 조치의 기준이 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 데 대해 "G8과 안보리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특히 G8에 포함돼 있지 않은 중국이 안보리에서 사실상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만큼 논의가 쉽지 않다"고 말해 최종 안보리 문구가 G8 성명 보다 낮은 수위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G8 정상들은 지난달 27일 '최근 한국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하며 이에 대해 북한이 책임이 있다는 민.군 합조단 조사결과의 맥락에서 이를 야기한 공격을 비난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었다.
유엔 안팎에서는 북한측이 안보리의 대북 대응 조치를 막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필사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신선호 대사가 지난달 중순 기자회견에서 안보리가 의장성명, 또는 결의를 채택할 경우 어떻게 할 지를 묻는 질문에 "안보리가 우리를 비난 하거나 우리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어떤 자료라도 배포한다면 우리 군이 나설 것"이라고 말한 것도 중국의 대응 기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북한을 지목해 비난하거나 그 책임을 인정하는 문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비난에 동조할 경우 북한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유엔 주변의 관측이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1일 "현재 북한은 권력이양기에 있어 김정일 체제가 강고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핵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상당히 상실한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은 천안함 사건 자체 보다는 한반도 정세라는 틀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안보리에서의 대응 조치 논의를 무조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일단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내리되,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순번제로 돌아가는 이번달 안보리 의장을 나이지리아의 조이 오구 대사가 맡게 되면서 천안함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유엔 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전임 의장국인 멕시코는 한국과 워낙 가까운데다 스스럼 없이 논의를 할 수 있는 상대였지만, 나이지리아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안보리 의장국의 기본 임무가 균형잡힌 회의 진행 등 중립성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