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열린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폭침사건 설명회에서는 합조단에 참여했던 스웨덴 전문가가 단호한 태도로 ‘북한의 소행’임을 주장하면서 한국에 호의적인 분위기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안보리 설명회 때 스웨덴 대표는 “조사과정에 언어 문제로 애로사항은 있었지만 과학적 결론이라는 점에는 전혀 의문이 없다”고 말했다. ‘언어 문제’는 한국 전문가와 전문적인 내용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다소 불편했고 나머지 참가국(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이 모두 영어권이어서 나온 얘기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놀라운 것은 스웨덴의 답변 태도였다”며 “4, 5월 합조단 조사 당시와 큰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스웨덴 대표단은 합조단 활동을 하면서 조사결과에 동의하고 서명까지 했지만 ‘북한의 소행’이라는 판단에는 다른 외국 전문가들보다 소극적이었다. 군 관계자는 “5월 20일 발표 후 1개월이 지나는 동안 스웨덴 정부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확고하게 믿게 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 설명회에서 일본 영국 오스트리아는 “철저하고 포괄적인 조사”라며 조사방법론을 높게 평가했고, 미국 프랑스 터키는 한발 더 나아가 “강력한 북한 규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 자리는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의 어떠한 의견도 표명하지 말자’고 사전에 합의한 자리였다. 이 때문에 미국 프랑스 터키의 북한 규탄 발언에 러시아와 중국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조단은 안보리 회의장에서 브리핑을 마치면서 7분 분량의 천안함 조사 비디오를 상영했다. 당초 이 영상물은 배경음악까지 넣어 제작했지만 군 당국은 뉴욕에 도착한 뒤 내부회의를 거쳐 ‘드라이하게(차분하게) 가자’는 원칙 아래 배경음악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은 결정적 증거인 ‘어뢰 잔해’를 안보리로 직접 들고 가 보여주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으나 증거물 훼손을 우려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합조단 설명회에 이어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안보리를 상대로 설명할 때엔 북한의 우군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사가 집요하게 ‘한국의 조작’을 강조하자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보유한) 어뢰의 실물을 보여주면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대사는 “나는 어뢰 전문가가 아니고 그런 질문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러니까 더더욱 검열단의 조사결과 검증이 중요하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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