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참패 이후 쇄신 논의를 주도해온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전체 모임을 열어 구체적인 당정청 쇄신 방안에 대해 집중 토론했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전체 모임을 연 것은 18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이 모임에는 전체 초선 의원 89명(비례대표 21명 포함) 중 64%인 57명이 참석했다. 이날 한나라당 재선의원들도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 모임을 열어 초선의원들의 모임에 힘을 실었다.
초선의원 토론 모임에 발제자로 나선 홍정욱 의원은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이기주의와 계파 갈등 등을 직접 목격했다”며 “통렬한 자기반성이 없으면 국민들은 우리의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최고위원회의에 여성 몫이 있듯이 초선의원 몫을 만들고, 최고·중진연석회의 대신 초·재선 중심의 차세대위원회를 신설해 최고위원회의와 차세대위원회 간 연대회의를 상설화하자”고 제안했다.
초선의원들의 격론이 오갔지만 이날 모임은 당 쇄신 논의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빗나갔다. 당초 토론회를 준비했던 의원들이 공언한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우선 초선의원들은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전체 의견을 모은 성명서를 내려 했지만 문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권영진 의원은 “여러 지역구 의원들은 청와대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했으나 상대적으로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이 선거에서 져놓고 청와대부터 공격하는 건 잘못’이라며 반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초선의원들은 또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 간 갈등해소를 위해 초선 의원부터 탈(脫)계파를 선언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몇몇 의원은 “실질적 효과가 없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의원들은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개최시기를 놓고도 난상토론을 벌였을 뿐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이날 모임에선 비대위에 참여할 초선의원 2명도 정하지 못하고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일임한 채 5시간 만에 회의를 끝냈다.
개혁 성향 초선 모임인 ‘민본21’의 공동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어차피 50여 명의 초선의원이 한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민본21 소속 의원 13명을 포함해 함께 갈 수 있는 의원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오늘 모임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상당수 초선의원들이 계파 간 이해관계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일찌감치 이런 상황이 예상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초선의원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초선 대표’를 내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런 결론 없이 말만 무성하지 않겠느냐”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전대 전까지 임시 사무총장에 3선의 이병석 의원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당연직 위원 3명을 비롯해 초·재선 의원과 여성 등을 골고루 포함한 비대위 위원 9명을 10일 발표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