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왜 대북 심리전 보류했나?
서울-노재완 xallsl@rfa.org
2010-05-31
남한, 왜 대북 심리전 보류했나? MC: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였던 한국이 갑자기 이를 보류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24일 천안함 침몰 사건의 대응 방안의 하나로 대북 심리전을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날 한국 정부가 밝힌 대북 심리전은 라디오 방송과 삐라 살포, 그리고 휴전선 일대에서 확성기를 통한 방송입니다.
이 같은 대북 심리전은 북한군의 사상적 동요를 유발할 수 있어 북한의 체제 안정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현 단계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북 제재 방안으로선 최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 제재를 발표한 직후 곧바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반면, 나머지 심리전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6월 초에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5월 30일 라디오 방송만 유지한 채 대북 심리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북 심리전을 보류한 이유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며 “북한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본 뒤 실시 할 계획”이라는 말만 했습니다.
군 당국자 역시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대북 심리전이 연기됐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남측의 대응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예고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남측의 대북 심리전으로 북측이 군사도발을 할 경우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오히려 남측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연구위원입니다.
홍익표: 우리가 (북한에) 군사적 충돌의 빌미를 제공할 경우엔 국제사회에서의 논의 자체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제재 문제보다는 한반도에 대한 불안정성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인지 5월 30일 한중일 정상회의가 끝난 뒤 밝힌 공동발표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천안함 문제를 적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5월 24 대국민담화와 비교하면 강경했던 분위기가 다소 완화된 느낌입니다.
국제 사회를 통한 대북 압박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주 한국 정부가 남측 근로자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개성공단의 체류인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지만, 대북 심리전을 앞에 두고 인력 철수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남측 정부로서도 당장 실행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랐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남북경협시민연대 김규철 대표의 말입니다.
김규철: 북측이 강력한 맞대응 카드로 개성공단의 통행 차단을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속도 조절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편, 한국 정부의 대북 심리전 보류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내 일부 보수단체들은 대북 심리전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 단체는 “대북 심리전 재개가 정전협정, 남북불가침, 상호 비방금지 등의 합의 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정당한 대응조치”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