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中했던 美 관리들… "北이 책임져야 한다는 한국 입장에 다가설 것"
中 아직은 오리무중… 외교부는 "입장 불변", "안보리서 기권" 전망도
힐러리 클린턴(Clinton) 미 국무장관의 방중(訪中)을 계기로 천안함 피격(被擊)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일단 미 정부 관계자들은 클린턴 장관이 한·중·일 3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내에서 중국의 대북(對北) 태도가 변화될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 인사들과 긴밀하게 이번 사태를 협의한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한(訪韓)을 계기로 중국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 관리들의 이 같은 발언은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이 이번 사태의 해결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심층적인 논의를 했음을 시사한다. AP와 로이터통신도 이날 클린턴 장관의 방한에 동행한 미 정부의 고위 관리들을 인용, "중국은 북한이 천안함 공격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에 조심스럽게 다가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오바마 정부는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을 통해 중국이 천안함 피격에 대해 견지해온 중립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북한 비판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DC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측은 우리 정부의 도움을 받아 미국이 제시한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상당히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안함 침몰 수역에서 발견된 북한의 어뢰 'CHT-02D' 잔해의 폭약성분과 천안함에 남겨진 물질이 일치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부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클린턴 장관은 26일 서울을 방문해서도 "한국의 조사결과는 객관적이고 증거는 압도적"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클린턴 장관의 방중 이후, 세계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 분명히 제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엔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여론을 거부할 경우 세계 각국으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게 되는 것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중국은 유엔 대북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 내 분위기에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외견상 기본 입장은 그대로인 것 같지만 기존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24일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예정에 없이 한국에 보내 각계 인사를 상대로 여론 탐색에 들어갔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26일자에서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면 사실로 증명하라"며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했다.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지난 26일 원 총리의 아시아 4개국 순방 소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 고위층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 "중국은 한반도의 동란(動亂)을 원치 않는다"며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사하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대변인이 앵무새처럼 '냉정과 절제'를 외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국제 여론이 한국의 조사결과를 신뢰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거부권 행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처럼 안보리 조치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