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외교가 "한국의 과학적 조사에 오바마 행정부도 경탄"
"쌍끌이 어선 동원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 미국이 금융제재를 포함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 검토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이를 발표할 것으로 23일 알려졌다.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한 것을 국제법 위반과 '동맹국에 대한 침략행위'로 간주, 한미 양국 간의 공동대응 외에도 독자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무부와 재무부를 중심으로 북한을 압박할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감행한 천안함 공격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북한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금융 제재를 적극 검토 중이다.
- ▲ 클린턴, 베이징 도착…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왼쪽)이 23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도착, 마중나온 중국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24~25일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제2차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 회의에서는 천안함 사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 1874호를 무시하고 외국과 군수물자 등을 거래해 온 북한의 국영 무역업체와 그 대표 등을 추가로 제재대상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나 군수물자를 거래 중인 시리아 등 중동지역의 국가에 대해 제재를 취함으로써 북한을 고립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 정보기관들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군의 어뢰 공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 미국이 최근 16개 정보기관이 취합한 정보를 근거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보기관들이 김 위원장이 건강악화로 인해 약화됐던 자신의 통치력을 강화하고 셋째 아들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는 데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이번 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 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이 2시간에 걸쳐 과학적인 증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북한의 소행임을 밝히며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의혹을 해소했다"는 분위기다.
워싱턴 DC의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 과정 및 발표에 대해 '경탄한다(admire)'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또 조사과정에서 한국이 민간 어선의 쌍끌이 그물을 동원한 것을 '창의적인(crea tive)' 아이디어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미국은 쌍끌이 그물 동원방식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5㎜의 그물코로 북한 어뢰 잔해를 결정적인 증거로 건져 올린 데 대해 감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Flake)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정부가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 인상적"이라며 "중국이나 미국이 만약 똑같은 공격을 받아서 46명의 병사를 잃었더라도 이렇게 적절하게 대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