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前농림부장관
기고문 원문 고쳐놓고 "추론 있다는 말이었지 걸려 죽었다곤 안해…"
美검역 못 믿는다더니 "美판매 쇠고기는 괜찮아"
2008년 5월 김성훈<사진> 전 농림부 장관은 '10년 뒤 인간광우병을 주목하라'는 글을 한 주간지에 기고했다. 그는 글에서 미국 예일대·피츠버그대 의료팀의 연구라고 주장하면서 '조사 결과대로라면 (미국에서) 최소 25만~65만명의 비(非)공식적인 인간광우병 환자가 치매환자로 은폐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고 썼다.
그는 두 미국 대학 의료팀이 '치매로 죽은 환자를 사후(死後) 뇌 부검해 봤더니 5~13%가 인간광우병으로 드러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를 토대로 미국 치매환자 450만명에 5~13%를 곱해 인간광우병 사망자 25만~65만명이라는 숫자를 뽑아냈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1998년 3월~2000년 8월) 농림장관을 지내며 쇠고기 문제를 다뤘던 전직(前職) 장관의 주장이라 사람들은 더 경악했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지금 김 전 장관은 캐나다 밴쿠버의 한 대학에 초빙교수로 머물고 있다. 그는 4일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에 '그런 추론(推論)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한 것이지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었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며 원래 주장에서 한 발 뺐다. 단지 외국의 연구를 '인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년 전에 그는 25만~65만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고 썼었다.
김 전 장관이 미국 대학의 연구결과를 잘못 인용했다는 것은 당시에도 명백했다. 그가 인용한 예일대 의료팀은 46명 치매 사망환자의 뇌 부검결과 6명(13%), 피츠버그대 팀은 54명 뇌 부검결과 3명(5%)이 'sCJD(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로 죽었다는 연구결과를 냈을 뿐이었다. sCJD는 쇠고기와 무관하고 전 세계 60대 이상 고령층에 치매 증상과 비슷하게 발병하는 병이다. 두 대학 연구는 '인간광우병(vCJD)'과는 관계없는 연구였다.
김 전 장관도 자신의 오류를 부분적으로 인정한 듯 홈페이지(prof ksh.co.kr)에 올려놓은 해당 글은 원래 기고문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원래 '치매로 죽은 환자의 사후 뇌 부검결과 5~13%가 인간광우병으로 드러났다'고 했던 부분은 '치매로 죽은 환자의 사후 뇌 부검결과 5~13%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으로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의의 CJD에는 인간광우병도 포함된다'로 바뀌어 있었다.
또 '최소 25만~65만명의 비공식적인 인간광우병 환자가 치매환자로 은폐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라는 부분은 '최소 25만명에서 65만명이 비공식적인 CJD 환자(인간광우병 환자 포함)로 추정된다'고 바뀌었다.
김 전 장관은 캐나다에 가기 전인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학에 한 달간 머물렀다. 그 한 달 동안 그는 햄버거를 6차례 먹었다고 했다. 두 번은 샌디에이고에 있는 '버거 라운지(Burger Lounge)'에서, 1주일 미국 서부를 여행하는 동안엔 '인앤아웃(in-n-out)'이라는 햄버거 체인점에서 네 번을 때웠다고 했다. 그는 2년 전 글에서 햄버거를 인간광우병 병원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부위로 만든 식품 중 하나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미국에서) 풀만 먹여 키운 쇠고기와 직영 농장에서 기른 믿을 만한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만 골라 먹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햄버거업체가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은 쇠고기, 월령(月齡) 30개월이 넘지 않게 직접 키우는 쇠고기라고 밝히고 있어 안심하고 먹었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에도) 미국에서 파는 미국 쇠고기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를 믿지 못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그는 "미국에서 광우병 검사를 받는 소는 광우병 의심 소의 2%도 되지 않는다. 30개월령 이상의 소에 대한 검사 역시 아예 하지 않는다"고 미국의 검역체계를 비판하며 미국 소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었다.
지난 2년 사이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은 물론 광우병 소도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해 그는 "아직 10년이 안 지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인간광우병 병원체의 잠복기간이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아직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편집자=미국도 1997년 이전엔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광우병 잠복기간이 이미 지났음).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내 말이 너무 논쟁적(controversial)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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