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의 중국방문에 대한 국내 언론매체들의 보도태도를 보면 황당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 김이 지난 3일부터 중국 방문일정을 시작한 이래 이 나라의 TV-라디오방송들은 연일 뉴스시간마다 그의 중국방문 관련 보도를 긴 시간 읊어대고, 일간 신문들은 연일 김의 중국방문에 관한 기사들을 몇 면에 걸쳐 중언부언 작문해대고 있다. 이 나라 언론매체들은 또 김의 방중기사를 보도하면서,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고사하고 냉정한 시각도 보여주지 않는다.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나라 언론매체들이 흥분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할만한 뉴스 가치가 없다. 중국과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돈독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이며, 양국의 지배 엘리뜨들은 수시로 왕래하고 있다.
양국 지배자의 상호방문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어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김이 중국여행을 하지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된 것도 아니고, 중국이 김의 중국방문을 거부한다거나 김이 중국여행을 기피한다거나 하는 조짐도 전무했다. 또한 김의 이번 중국방문으로 인해 북한-중국관계나 동북아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합의나 사건이 발생할 일도 전무하다. 더구나 김의 중국방문은 1개월 여 전부터 관측되어 왔다.
이처럼 상례적이고, 예측되었으며, 아무런 중대결과도 기대할 것이 없는 사건인 김정일의 중국방문이 어찌해서 그처럼 대대적으로 보도되어야 하는가? 김의 중국방문에 대한 이 나라 언론매체들의 보도 분량을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에 대한 보도 분량과 비교해보면, 이 나라 언론매체들의 김정일 중국방문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과잉·과대 보도를 누구라도 실감할 것이다.
김정일은 북한에 거주하는 우리 민족 구성원들을 숨 쉬는 인형이나 동물처럼 취급하면서 인류역사상 최악 수준의 폭정을 자행하고 있는 독재자이다. 김은 대한민국 국민을 학살하기 위한 핵무기와 화생무기를 쉬지 않고 제조하고 있으며,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휴전선 일대에 장사정포를 대대적으로 전진 배치해놓고 있으며, 불과 1개월 여 전에도 서해상에 천안함을 격침시켜 우리 해군 병사들을 떼죽음하게 만든 대한민국 국민의 원수이다. 또한 북한 동포들이 기아에 허덕이는데, 김은 북한 동포 수 만 명의 굶주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엄청난 비용을 물 쓰듯 써가며 삼엄한 경호 속에 호화 특별열차―호화 특급호텔―호화 승용차를 이용하여 중국을 여행하는 우스꽝스런 꼴을 보여주고 있다.
이 나라 언론매체들은 김정일의 방중 기사를 보도하면서 그가 무도한 독재자이며, 대한민국 국민의 원수이며, 지구촌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웃기는 인물이라는 점을 전혀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에 이 나라 언론매체들은 김이 마치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라도 되는 냥 연신 ‘김정일 위원장’을 불러대며 그의 동정을 보도하고 있다. 마치 ‘김정일’이라고 부르면 큰 불경이라도 저지르는 것처럼 자계하는 모습이 역연하다.
이 나라 언론매체들은 뉴스 가치도 없는 김정일의 방중기사를 왜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김정일의 동정을 보도하면서 폭군·원수·코믹한 인간에 대해 당연히 나타내야 할 비판적·경멸적 시각을 왜 보여주지 않을까? 그 원인들을 열거하자면 열 손 가락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자면, 이 나라 언론종사자들의 상당수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법을 제대로 집행한다는 이유로 독재자라고 부르기를 서슴지 않고, 미국에 대해서는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킨다는 이유로 원수라고 부르기를 서슴지 않으면서, 김정일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끼리’를 웅얼거리는 세력 및 그 우호세력에 기 눌려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떤 원인들이 작용해서건 간에, 지금 이 나라 언론매체들이 김정일의 중국방문 기사를 턱없이 대대적으로,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은 즉각적이고 깊이 반성되어야 한다. 혹자는 그런 보도 자세를 객관적인 보도 자세라고 옹호할지 모른다. 객관적으로 보아 뉴스 가치가 없는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독재자·적·코믹한 인간을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보도하는 것은 결코 객관적인 보도가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는 이 나라 언론종사자들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그들에게 묻고 싶다. “김정일이 너네 할애비냐?”라고.(konas)
양동안(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