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4대강 사업… 그 진실을 찾아서 [9] 찬반진영 '격정토론'
반대론자들 본질 모르고 '반대를 위한 반대' 많아
반대측 얘기 안듣는 정부 '찬성을 위한 찬성' 요구
바닥 준설과 本流 정비 홍수대비에 큰 도움 줘
물확보가 시급한 문제라면 부족한 지역 먼저 따져야
'과학'과 '사실'을 잣대로 대화하면 합의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4대강 사업 찬·반 진영을 대표하는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과 박창근 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관동대 교수)의 대담은 시종 평행선을 달렸다. 과학적 진실은 하나겠지만, 그에 이르는 전제·조건·논리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것만 주장했다. 결국 4대강 논쟁은 가치관과 철학적 지향점의 차이인 듯했다. 대담은 지난 16일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박정훈 사회정책부장 사회로 두시간여 진행됐다.
―찬반양론을 보는 국민들은 헷갈린다. 왜 이렇게 주장이 다른가.
▲심명필 본부장= '무조건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다. 무슨 내용인지 내용도 모르고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는다. 지금은 최고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도 어떤 사람은 '바다를 매립하면 활주로가 울퉁불퉁해진다'며 반대하지 않았는가. 기술에 대한 무지(無知)에 가까운 주장이었다. 그랬던 분이 이번에는 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더라.
▲박창근 위원장= 더 위험한 것은 '찬성을 위한 찬성'이다. 정부가 무작정 지은 양양·무안공항 같은 사례가 그렇다. 양양공항은 (이용객 적은) 유령 공항이라 국제 망신을 당하고 있다. 4대강 사업도 정부는 '찬성을 위한 찬성'을 요구한다. 정부의 벽이 너무 높아 소통할 공간이 없다. 지금은 찬·반 양측은 (4대강 소송이 진행 중인) 법정에서나 만난다. 이 사업이 국가 백년대계라면 '다 함께 논의하자'고 해야 할 것 아닌가.
- ▲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사진 왼쪽)과 박창근 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 /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심 본부장= 수자원을 개발하는 국가 프로젝트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는 각 분야의 모든 전문가를 참여시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이 문제에 타협을 원하는 것이 문제다. (반대론자가 요구한다고) 정부가 '4대강 사업에서 어느 강 하나를 빼 줄 테니 찬성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박 위원장= 정부 측은 4대강 사업 설명회를 할 때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부르지 않는다. 우리가 토론회를 열어 참석해달라고 요청해도 정부는 오질 않았다. 반대측 얘기를 안 듣겠다는 것 아닌가.
▲심 본부장= 정부는 반대진영으로부터 토론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또 우리가 토론회에 반대측을 초청해도 오지 않더라. 반대론자 토론회에 가보면 정부측 말은 들으려조차 하지 않고 하던 말만 일방적으로 주장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4대강 사업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전체 사업을 두고 흥정하듯 타협할 수는 없다.
―'속도전'이란 말이 나온다. 사업 기간이 짧지 않나?
▲박 위원장= 2008년 12월에 4대강 사업을 처음 발표한 이후 6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고 사전환경성 검토와 실시설계 보고서 등 모든 절차를 거치는 데 딱 1년 걸렸다. 골프장을 하나 짓는 데도 4계절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서 한다. 그런데 1년 만에 모든 것을 끝내다 보니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서 발견이 되고 있다.
▲심 본부장= 홍수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나 체육관 공사와 달리 강 공사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홍수다. 2~3년 공사가 늦춰지면 홍수를 몇 번이나 더 겪어야 해 공사도 더 어려워진다. (보·준설 등) 중요한 공사는 내년 안에 다 마치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위원장= 정부가 낙동강 함안보 높이를 애초 13.2m로 계획했다가 나중에 10.7m로 바꿨는데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부실한지 잘 보여준다. 우리가 함안보 주변지역의 침수문제를 제기하자 10층짜리 건물을 중간에 7층짜리로 바꾼 것이다.
▲심 본부장= 함안보로 주변 지역이 침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애초 계획을 짤 때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최적의 해결책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고, 여러 대안을 놓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보 높이를 줄이기로 했을 뿐이다. 일부 변경이 있었지만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를 세워 물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일인가.
▲박 위원장= 어느 지역에 물이 가장 부족한지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다. 정부 자료를 봐도 물은 산간·농촌지역에서 부족하다. 낙동강 본류엔 지난 30년간 물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 10억t의 물이 추가 확보되더라도 이 물을 쓸 데가 없다. 정부는 물이 풍부한 곳에 공급하는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
▲심 본부장= 정부는 지금 현 시점만을 보고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앞날을 보고 계획을 세우는 게 정부 몫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앞으로 10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이슈는 '지구온난화'와 '물 부족'이라 했다. 대도시에 물 부족 문제가 생기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4대강 본류에 물을 충분하게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뒤에 지류 개발도 이뤄질 것이다.
▲박 위원장= 정부는 낙동강이 아닌 진주 남강댐에서 물을 끌어와 부산 시민의 식수로 사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정부 말대로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수질이 깨끗해진다면 취수원을 옮기지 말고 낙동강 물을 계속 이용하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물 확보 따로, 수질 개선 따로'라는 현실은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심 본부장= 남강댐 취수원 이전은 부산 시민들이 좀 더 깨끗한 물을 원하기 때문에 취수원의 안전도를 높이려는 사업이다. 강 하류와 상류의 물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더니 같은 1급수인데도 사람들은 '상류'라는 말에 모두 그 물만 선택했다. 낙동강에는 구미·대구공단이 있고 과거 '페놀 사고'도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취수원을 가장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는 것이다.
―준설을 하면 홍수에는 도움되지 않는가.
▲박 위원장= 홍수 대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은 본류가 아닌 지류다. 매년 홍수 피해는 지류에서 많이 발생하고 지류의 홍수량이 늘어나면 본류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지류를 먼저 정비해야 하는데 본류부터 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심 본부장= 그런 주장은 공학적으로 잘못된 논리다. 국토해양부와 4개 (물 관련) 학회가 공동 검토한 뒤 '본류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박 교수는 준설이 홍수 대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나?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4대강 사업은 준설로 홍수위를 낮추는 새로운 개념의 치수(治水) 정책이다.
▲박 위원장= 치수 정책에서 제일 하책(下策)이 제방을 높이는 것이다. 그다음 하책은 강바닥 파기, 즉 준설이고, 제일 상책(上策)은 하천 폭을 넓히는 것이다. 독일·네덜란드 등을 봐도 하천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치수를 한다. 일본 도쿄의 요도가와(淀川) 정비 사업에서도 집들을 뒤로 이주시키고 강폭을 넓혔다.
▲심 본부장=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성을 바탕으로 치수 정책을 펴야 한다. 하천 폭을 넓히는 게 더 좋기는 하다. 그러나 도심 지역을 지나가는 4대강의 하천 폭을 넓히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요도가와 정비 사업도 일부분만 강폭을 넓혔다. 준설도 많이 했다.
▶심명필 본부장
-서울대 토목공학과(60세)
-미 콜로라도주립대 공학박사
-한국수자원학회장
-인하대 교수·공과대학장(전 공 수자원공학)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박창근 위원장
-서울대 토목공학과(49세)
-서울대 공학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대한하천학회 부회장, 시민환경연구소장
-관동대 교수(전공 토목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