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6일을 전후해 군 당국의 감시망에서 잠수함 두 척이 사라졌다. 이들이 발진한 곳은 백령도 남쪽의 북한 사곶 해군기지. 김태영 국방장관은 “구름이 짙게 끼어 첩보위성이 추적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실 이 곳에 지하요새가 구축돼 있어, 소형 잠수정의 움직임을 모두 확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안함 침몰지점 부근의 북한 사곶, 비파곶 해군기지에 잠수정을 감출 수 있는 지하요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중앙일보가 23일 보도했다. 산 하나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출입구가 나있는 것을 구글어스 위성 사진으로 포착한 것이다. 출입구간 직선거리는 사곶이 272m, 비파곶이 592m다. 지하요새가 구축되어 있다면 소형 잠수정 수십 척도 정박이 가능한 크기다.
지하요새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전시엔 제공권(制空權)에서 우위를 점한 한·미 연합군의 공습으로부터 잠수함과 함정을 보호할 수 있다. 평상시엔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뚫고 은밀한 작전을 펼치는 데 필수적이다. 야간이나 구름 낀 날은 아무리 정밀한 첩보위성이라도 지하에서 잠행해 나오는 소형 잠수정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추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 지난달 말 남한 정보당국의 감시망에서 사라진 잠수함 두 척이 발진한 백령도 남쪽 사곶기지. 원 안으로 지하 출입구가 있는 것이 보인다. /구글어스 위성사진
한·미 정보당국은 미국 KH-12 정찰위성과 U-2 정찰기 등으로 북한 잠수함 기지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미 정찰위성은 15cm 크기 물체도 식별할 수 있을만큼 정교함을 자랑한다. 매일 추적할 경우 며칠간 기지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북 잠수함(정)이 물 속에서 움직일 경우 정찰위성이나 U-2 정찰기로는 알 수가 없으며, 반잠수정이 물 위로 살짝 선체를 드러낸 채 침투할 경우도 탐지가 힘들다. 잠수함은 보통 배수량 300t 이상, 잠수정은 그 이하이다. 반잠수정은 잠수정보다 작으며 수심 20m 이내 또는 물 속에 반쯤 잠겨 물위에 60㎝ 정도만 노출된 채 침투한다.
한·미 정보당국이 첩보위성을 통해 북한 군사시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북한 정보당국에서 지하요새를 통해 이들의 감시를 따돌리려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할 수 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북한 연구가 커티스 멜빈을 인용, “북한은 제공권에서 한·미 연합군에 밀리는 데 대처하기 위해 주요 시설을 지하화하고 대공포도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 ▲ 북한 서해함대사령부가 있는 남포 앞바다 비파곶 사진. 해안절벽 양쪽 사이로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둘러싸인 출입구가 보인다. /구글어스 위성사진
"북한 사람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비파곶 기지 인근 구글 어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