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군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도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세환 재향군인회장, 이 대통령, 백선엽 육군협회장, 조재토 전 제2작전사령관,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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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다. 말을 앞세우기보다 행동으로 분명하고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천안함 침몰사건의 대응 방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박세환 재향군인회장, 김종호 성우회장, 백선엽 육군협회장 등 군 원로 2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다. 이날 간담회엔 예비역 대장 18명, 중장 3명, 소장 1명이 참석했다. 83개의 별이 뜬 셈이다.
군 원로들은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국제전문가들과 함께 원인을 찾고 있는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한다”면서 “그런 과학적 논의를 통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이 난다면 이번만은 정말 단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국가 전체의 안보의식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 달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다수의 원로는 “이번 천안함 침몰사건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로들은 “KAL기 폭파와 제2연평해전 등 국가적인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됐다”며 “철저한 점검을 통해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념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 군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군을 믿지만 관행적으로 계속 해오던 일을 한 번 철저하게 돌아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정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그래서 군 스스로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도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 없이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5679부대(북한통신감청부대)의 부대장이었던 한철용 전 5679부대장(예비역 소장)도 참석했다. 그는 200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군 수뇌부가 북한의 도발 징후를 묵살하고 ‘단순침범’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폭탄발언을 해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고 전역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선 특별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간담회 후 걸어 나오며 이 대통령과 귀엣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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