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의원외교의 최대 공식채널인 일한의원연맹 회장에 민주당의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77·사진) 전 중의원 부의장이 내정됐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자민당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후임이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은 와타나베 전 부의장에게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와타나베 씨는 이를 수락했다.
1975년 결성된 일한의원연맹은 약 200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일본의 대표적인 의원외교 단체다. 연맹 회장은 자민당 정권 시절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 등 여당의 총리급 의원이 맡아왔다. 한국 측 카운터파트인 한일의원연맹의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다.
일한의원연맹은 지난해 정권교체 직전을 기준으로 하면 여야 의원 300여 명으로 구성됐고 간사장, 부간사장, 분야별 상임위원장 등 방대한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등 8명이 고문,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 등 10여 명이 부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비중 있는 단체다. 그러나 다선 중진인 연맹 간부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 총선에서 떨어져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으며 와타나베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인 모리 전 총리는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여당에서 맡는 것이 좋으며 와타나베 씨라면 기꺼이 양보하겠다”며 환영했다. 와타나베 차기 회장은 오자와 간사장, 모리 전 총리와 함께 1969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한 14선 의원이다. 자민당 출신으로 후생상 통상산업상 자치상 국가공안위원장을 역임했고 민주당 최고고문을 지냈다. 직설적 언변으로 ‘여당 내 야당’으로 통하며 오자와 간사장에게 비판적인 의원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오자와 간사장은 지난해 정권교체 후 여야 의원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의원단체의 대표 자리를 자민당으로부터 넘겨받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왔으며, 이번 일한의원연맹 회장직 접수는 그 상징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