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봄 소식’ 오나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14일 열린 취직 박람회장에 들어가려는 실업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라스베이거스의 실업률은 13.9%로 미국 평균 실업률 9.7%보다 훨씬 높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 미국 경제관련 지표들이 최근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경기전망이 한층 밝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의 최근 경기동향을 종합해 14일 공개한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지역 중 세인트루이스 지역을 제외한 11개 지역에서 경제상황이 호전된 것으로 보고됐다.
베이지북은 미 전역에 걸쳐 산업생산이 활력을 띠고 소매판매도 늘어나는 데다 소매점주들은 향후 매출에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판매도 늘고 관광산업의 매출도 올라가고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을 비롯한 건설부문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업들이 고용확대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버냉키 “경기회복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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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FRB 의장의 시각도 점차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민주 공화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고용을 낙관할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는 않지만 경기회복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완만한 경기회복을 유도할 정도로 민간 수요 증가세가 충분하다”며 “더블딥에 빠질 확률도 몇 달 전보다는 확실히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같은 달 대비 2.3% 상승하는 데 그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출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미국 정부도 올해 미국 경제는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최근 미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15일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를 보여주는 증거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일자리가 2007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제조업지수가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이어 상무부가 14일 발표한 3월 소매판매 실적은 소비도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하면서 2005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 “회복세 진입은 더 지켜봐야” 의견도
이처럼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확실한 회복세 진입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표적 경기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소비가 크게 회복되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은 올해 내내 위축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가계 부문의 저축은 늘고 소비는 위축되는 양상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비즈니스 스쿨의 로라 타이슨 교수도 “현재 상황에서는 경기낙관론보다 비관론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며 “극심한 경기침체 등의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있고 실업률은 2015년까지 높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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