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출국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마크 토콜라 주한 미국 부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성남=안철민 기자
12, 13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가 열린다. 공인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핵클럽 5개국은 물론이고 인도 파키스탄 등 실질적 핵보유국을 포함해 현재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와 향후 운영계획이 있는 나라 등 47개국이 참석한다. 여기에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그리고 유럽연합(EU) 대표까지 추가로 워싱턴에 모인다.
이번에 처음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 테러를 국제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핵안보 협력을 강화할 구체적 방안으로 제안한 회의체. 알카에다 같은 테러집단이 핵물질을 취득하거나 탈취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북한과 이란은 초청받지 못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첫날 만찬과 둘째 날 오찬을 겸한 회의 등 모두 4차례 전체회의를 열고 핵 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정상 공동성명’과 ‘행동계획’을 채택할 예정이다. 정상들의 성명에는 핵물질 불법거래를 중단시키고 앞으로 4년 안에 위험물질을 안전한 통제하에 둔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핵물질 불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무기급 핵물질의 추적을 강화하기 위한 IAEA의 역할 강화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형식은 법적구속력이 없는 코뮈니케 형식.
핵 테러의 방지라는 대의에 대부분 공감해 참석 정상들 간에는 큰 이견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 및 산업개발에서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이 필수적인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들로서는 미국 주도의 공인 핵보유국들이 핵물질의 통제강화를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방해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경우 거부감을 표시할 가능성도 있다. 각국 행동계획의 구체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탓.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1일 오후 전용기 편으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다섯 번째이자 올 들어 첫 번째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양자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으나 두 정상은 제1세션 때 두 시간 정도 옆자리에 앉을 예정이어서 북핵 문제 및 핵 안보 이슈와 관련해 대화를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최근 의회에 제출한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에 대해 북한이 9일 “미국의 핵위협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억제력으로 각종 핵무기를 필요한 만큼 늘리고 현대화할 것”이라고 반발한 것이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 방안을 놓고 귀엣말을 나눌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12일 오후(현지 시간)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이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모범적 국가임을 알림으로써 이번 정상회의를 ‘원전 세일즈’의 기회로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실제 이번 회의 참가국 중 20여 개국이 추가 또는 신규로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는 ‘잠재적 고객’으로 분류된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참모는 “경제문제와 안보문제는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경제 분야 최상위 포럼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핵안보 분야 최상위 포럼인 이번 정상회의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