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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검찰,이례적으로 재판부 사전검토 받아 韓전총리 신문 (동아닷컴)
글쓴이 이서현기자 등록일 2010-04-02
출처 동아닷컴 조회수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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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례적으로 재판부 사전검토 받아 韓전총리 신문

 




검찰은 1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 12차 공판에서 피고인 직접 신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한마디도 답변하지 않았다. 전날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 행사로 검찰이 신문을 하는 문제로 진통을 겪은 끝에 재판부는 소송지휘권을 행사해 검찰의 신문 사항을 사전에 수정하거나 삭제한 뒤 신문을 허가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검찰 신문이 진행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검찰, 아들 유학비용 집중 거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1시간에 걸쳐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 오찬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초청한 이유가 뭔지 등 100여 개에 이르는 질문을 던졌으나 한 전 총리는 검사를 외면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특히 곽 전 사장이 건넸다는 5만 달러가 한 전 총리 아들 박모 씨의 유학비용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유학 비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박 씨가 유학을 떠난 직후인) 2007년 7월부터 12월까지 환전한 기록이 전혀 없다”며 “이 기간 중 남편은 11회, 아들은 4회 출국했는데 비용은 어떻게 조달했느냐”고 추궁했다. 또 “2008년 1월 기준 학비로 학교에 2만2245달러를 냈는데 아들의 여행자수표와 가족 및 지인이 송금한 돈은 3만3612달러”라며 “그때까지 아들이 가져가거나 송금받은 돈은 그것이 전부인가. 그 돈으로 유학경비를 충당하는 데 충분했느냐”고 물었다. 이어 2008년 1월 박 씨가 입학한 미국 모 대학은 은행잔액이 4만6000달러 이상 있어야 했는지, 당시 박 씨의 계좌에 그만한 돈이 있었는지 질문했다. 검찰은 이날 한 전 총리 아들의 미국 유학 비용과 관련해 한 전 총리의 소명과 일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며 뱅크오브아메리카에 관련 사실을 조회해줄 것을 재판부에 신청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2004년 총선에 출마했을 때 총선을 전후해 1월 26일과 7월 20일 두 차례 곽 전 사장을 모 일식당에서 만나 수표가 담긴 봉투를 건네받지 않았느냐”며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이 오랜 친분 관계였음을 부각했다. 재판부는 2일 다시 공판을 열어 변호인 측 신문을 한 뒤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 재판부, 신문내용 사전에 수정 삭제

이날 검찰 신문은 재판부가 소송지휘권을 행사해 사전에 검찰 신문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등 파격적으로 진행됐다. 검찰의 신문 여부와 방식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재판장인 김형두 부장판사는 양측의 의견을 들어 “공소 사실과 무관하거나 진술거부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질문을 제외하는 등 신문의 범위나 내용, 방식 등을 재판부가 조정하겠다”며 소송지휘권 행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측은 오후 4시부터 A4용지 22쪽 분량에 이르는 검찰의 개별 신문 문항 내용과 표현을 3시간 여에 걸쳐 검토하면서 질문 내용을 고치거나 삭제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준비한 신문사항을 보며 “3항의 가 부분은 진술을 강요하거나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으로 볼 수 있다. 제외하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삭제를 요구했다. 신문사항의 수정과 삭제가 계속되자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이게 누구의 신문사항입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검사가 할 신문인데 재판장이 너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소송지휘권을 행사해 달라고 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날 공판이 끝난 뒤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의 신문사항을 사전에 검열하는 식의 이런 재판이 어디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의 피고인 신문은 제한적으로 허락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는 진실 발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